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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y 01. 2023

스마트폰 사용 무제한_4주 후

스마트폰 전쟁

스마트폰 사용 무제한을 실행한 지 4주가 지났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마음껏 썼고 나는 한 주 한 주 아이들의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을 체크했다.


마지막 2주간 맑음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


마지막 2주간 푸름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

4주를 보낸 뒤 아이들과 그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아이들을 불러 식탁에 앉힌 뒤 내가 먼저 스마트폰 무제한 사용의 장단점을 이야기했다.


단점은 다음과 같다.

1)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2) 대화가 없어졌다.

3) 어딜 가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4) 다운타임 시간인 10시가 지나야 할 일을 시작한다.

5) 엄마가 방에 들어오면 짜증을 낸다.


장점은 유일하게 '엄마를 찾지 않아서 편했다'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말했더니 푸름이가 "엄마가 전에는 항상 우리 보고 방에 들어가라고 했으면서 무슨 말이에요? 이제 우리가 항상 방에 있으니 엄마가 편하고 좋은 거 아니에요?"라고 했다. 그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아이들이 나를 찾지 않으니 좀 편하긴 했다. 또 한 달은 그냥 지켜보기로 했으니 애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감정의 기복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더 달라는 아이들과 안 된다는 나 사이에 충돌이 있었지만, 4주 동안 그런 충돌이 없어서 편하긴 했다.


맑음이에게 그동안의 소감을 물으니 시험 기간이어서 공부해야 하는데 귀찮게 왜 이런 걸 묻느냐는 표정이다. 틱톡과 게임 사용량이 너무 많으니 이 부분은 조율을 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알아서 하라고 한다. 스마트폰 전체 사용 시간은 무제한으로 하지만 일부 앱 사용 시간은 브레이크를 걸어 줄 필요가 있는 듯하다고 하자 맑음이는 동의했다.


"자, 그럼 어느 정도로 하면 될까?"

"탕탕 특공대는?"

"30분요."


"카톡은?"

"10분요."

"10분으로 되겠어?"

"저 카톡 거의 안 써요."

"그래서 엄마가 카톡을 보내면 답이 없었구나?"


"인스타는?"

"10분요."

"그래도 되겠어?"

"상관없어요. 저 인스타도 거의 안 봐요."


"웹툰은?"

"30분요. 아니다, 1시간요."


"유튜브랑 틱톡은?"

"유튜브는 15분, 틱톡은 20분으로 해 주세요."

"틱톡을 이렇게 갑자기 줄일 수 있겠어?"

"그럼 그냥 두든가요."

"그래 일단 이렇게 줄여 보자."


"클래시 로얄도 30분 해 주세요. 가끔 해야 되니까."

"그래."


"네이버랑 크롬은 제한 안 해도 될까?"

"그걸 제한해 놓으면 필요할 때 못 써요. 거의 쓰지도 않는데 굳이 왜 제한을 해요."

"그래그래."


"자, 그럼 탕탕 30분, 카톡 10분, 인스타 10분, 웹툰 1시간, 유튜브 15분, 틱톡 20분, 클래시 로얄 30분. 이렇게만 제한해 놓는다. 이걸 다 쓰면 2시간 55분이네. 이렇게 해 놓으면 꼭 꽉꽉 채워서 쓰려고 하던데... 꼭 채울 필요 없는 거 알지?"

"알아요."


이렇게 맑음이는 자주 사용하는 앱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데 동의했고, 본인이 원하는 양만큼 앱 사용 시간을 설정했다.


다음은 푸름이 차례다. 푸름이도 맑음이와 비슷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10시가 되면 스마트폰을 못 쓰는데, 왜 8시인 지금 자기를 식탁에 앉혀 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푸름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10시 이후에 했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말한다. 길지 않을 거라고 하니 일단 앉아는 있는다. 소감 따위를 물어볼 수도 없다.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푸름이가 전에 '엄마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해 놔서 스마트폰에 더 집착하게 된다, 엄마가 무제한으로 풀어 놓으면 스스로 시간을 조율하며 쓸 텐데, 엄마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악순환이다. 왜 아들을 못 믿느냐?' 이런 말을 해서 엄마가 고민이 많았어. 그래서 이번에 스마트폰 사용을 무제한으로 하면 푸름이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기대가 컸었어. 그런데 무제한으로 한 뒤 푸름이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보고 엄마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말했더니 푸름이는 그 말 장난이었는데, 엄마는 그 말을 믿었냐며 웃는다. 그 말이 장난인 걸 알았으니 다시 시간제한을 해야겠다고 말했더니, 아니라고 잘못 말했다고 한다. 푸름이도 형처럼 많이 쓰는 앱을 제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다 선심 쓰듯 탕탕 특공대가 이제 재미없으니 그걸 차단하라고 한다. 나머지는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한다.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다, 사용 시간이 제일 많은 인스타를 조금 줄여야겠다고 했더니,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니 제한하면 안 된다고 펄쩍 뛴다. 예전에 30분 정도만 쓰고도 잘 지냈으니 조금만 줄여보자고 했더니 1시간 이하로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이렇게 인스타 하루 사용 시간은 1시간으로 결정됐다. 네이버와 삼성 인터넷 사용 시간이 많으니 이것도 각각 1시간씩으로 줄이자고 했더니 푸름이는 알겠다며 쉽게 동의했다.


 자주 쓰는 앱을 제한하면 다른 앱 사용 시간이 늘어날지 모르지만, 일단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결정하였다. 4주마다 재조정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렇게 4주마다 자주 쓰는 앱에 대해 이야기하고 앱 사용 시간을 조정하는 시간을 가지면 여름 방학 때 아이들이 조금은 안정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초반에 이런 시간을 갖지 않으면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더 이상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개입할 수 없을 듯도 했다. 또 이런 시간 없이 아이들이 방학을 맞으면 스마트폰 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도 집에 없겠다, 편하게 침대에 누워서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보고 있겠지? 사실 이게 제일 두려웠다.


이번에 푸름이에게 그림 그리기 좋은 패드를 하나 선물했다. 패드를 선물로 사주면서 이 패드에는 개인적인 앱 깔지 않기, 잠금 설정하지 않기, 오직 그림 그리는 용도로만 쓰기를 약속했다. 푸름이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패드가 생겨서 좋은지 이날만큼은 마음껏 그림을 그렸고 애니메이션을 하나 만들었다며 보여주기도 했다. 다 쓴 뒤에는 패드를 서랍 속에 조심히 넣어 두었다. 스크래치라도 날까 봐 어찌나 조심스럽게 다루는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스마트폰의 노예가 아닌, 스마트폰의 주인이 되는 길'

이 길을 걷기 위해 나와 아이들은 다시 스마트폰 사용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예전처럼 무조건 하루에 딱 2시간만 쓰도록 하는 방식이 아닌, 스마트폰은 계속 열어 두되 무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앱만 통제하기로 했다.(다운타임 설정은 아무래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 풀지 못할 것 같다.) 처음에는 정색했던 아이들도 그 필요성을 조금은 느끼고 있었던 듯했다.

4주 후에 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만날까?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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