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긁으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네게 화를 내고 말았다..
나도 너무 지쳐서..
핑계같은 말이지만 화라도 내야 네가 좀 덜 긁을 것 같아서..
생채기가 난 피부에 얇은 손톱으로 또 긁어서 다시 상처가 나고,
아물만 하면 또 상처가 나고...
어떻게 하면 너의 가려움이 좀 사라질까..
어떻게 하면 좀 편안한게 잠을 잘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너를 임신했을 때
내가 너무 많이 먹었던 참외 때문일까..?
차가운 음식 때문일까..?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유일하게 토하지 않고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참외'였다.
거의 임신 기간 내내, 겨울을 제외하고는
참외를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 참외의 차가운 성분이 네게 작용을 해서
약하디 약한 피부가 된 걸까..
그에 비해 둘째 아이의 임신기간에는..
피부가 약하고 알레르기가 많은
첫째 아이에게 음식을 해주느라
나도 덩달아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했었다.
주로 야채.. 소화가 잘되는 음식들..
그래서일까, 둘째 아이의 피부는 정말 깨끗하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처럼 느껴지는 밤이 있다.
죄책감에 또다시 무기력해진다.
그래, 언젠가 시어머니가 했던 그 말처럼.
'다, 너 때문이야.'
맞아요, '다 나 때문이에요.'
인정이 되지 않아
수없이 원망하고 미워했던 그 날들.
까짓것,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다, 싶다. 이제는.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아이의 가려움이 전부 다
나 때문인것만 같은 오늘밤..
나는 바닥을 친다.
이 바닥을 쳐야 다시 위로 떠오를 수 있기에..
다시 힘을 내어보자.
내가 아이를 도와줘야지..
좀 귀찮아도 색다른 야채 요리로
아이가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게 도와주고,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줘야지.
아이야, 우리 서로를 믿자.
서로 탓하지 말고
함께 하나씩 하나씩 지나가보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도 있을거고,
오늘처럼 눈이 소복히 쌓인 날도 있고,
해가 반짝이는 날도 있을거야.
우리 그 모든 날들을 지나가보자.
너랑 나랑 함께.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