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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수학이 뭐길래

by 글짓는맘

얼마 전 '7세 고시'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봤다.

이제 초등학교 중학년에 접어드는 아이에게 무얼, 어떻게 해 주어야 할까.

아이는 무엇을 해야하나. 라는 고민으로 며칠을 보냈다.


여전히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아이는 집에서 푸는 수학 문제집의 내용이 점점 어려워지고있어서

짜증이 많이 나 있었다. 가장 기본개념을 설명하는 쉬운 문제집이라 이것보다 더 쉬운 문제집이 없는데,

문제는 쳐다도 보지 않고 모르겠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보니 점점 속이 답답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걸려 온 친구의 전화,

간단한 일상 안부를 묻다가 이야기의 중심은 자연스레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고,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주제로 담소를 나누었다.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의 아이가 수학 학원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했고,

어디로 옮겼냐는 나의 질문에 친구는 초등학생 수학학원에서 가장 핫한 '**'에 '합격'해서 다닌다고 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합격해서 자기도 깜짝 놀랐다면서,

좀 힘든 학원이라 아이가 안 다닌다고 할 줄 알았는데 학원의 유명세인지 수학을 정말 좋아해서인지

아이가 한 번 해 보겠다고 해서 보낸다고, 그런데 학원비가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들을 하다 통화를 마무리했다.


...


부러웠다, 솔직히.


유명한 수학학원의 그 어렵다는 레벨테스트를 '통과'해서 다니는 친구네 집 아이와 집에서 수학문제집 몇 장 푸는 걸로 매일 같은 실랑이를 하는 내 아이가 비교가 되었다.


하필 그 때 내 아이는 수학 문제집 푸는 것을 '한 장' 줄여주면 안 되냐고 나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고,

나도 모르게 '욱'해서 그러면 안 되었는데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기어코, 사실, 일부러 더 그랬다. 자극을 받으라고. 하지만 자극은 커녕 아이에게는 괴로움이 되고 말았고,

나는 반성을 하고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귀로 들어간 것은 바깥으로 안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가슴속에 새기리라고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물거품이 되었다.


그냥 아무것도 시키지 말까, 하기 싫다는데, 뭐하러 시켜..

돈도 안 들고 좋지 뭐.. 라고 생각을 했다가도,

아무것도 모르고 교실에 멍하게 앉아있다면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싫을까..

학교 공부라도 할 수 있게 기본만 도와주자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스물스물 올라오는 욕심을 누르기가 참 어렵다.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 줄까' 보다는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물어봐야 하겠다.

자꾸 높아지는 눈높이를 낮추고 낮추어

내 아이'만' 봐야겠다.


내 멋대로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나 역시 누군가 나의 가능성을 제한한다면 억울하고 비참하니까 말이다.


적어도 집에 있는 시간이 괴롭지 않도록,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사는게 지겹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하게 아이를 관찰해야겠다.


아이의 어린 시절이 '엄마 덕분에, 아빠 덕분에'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길 바란다면 이것도 욕심이겠지?

아니야, 아니야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말자.


그냥, 오늘 하루만 괜찮게 보내자.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이'가 있다.


'믿으면서

너를 믿으면서

너를 믿는 나를 믿으면서

나는 담담히 내 세계를 가꾸고 있을 것이다


너를 믿으면서

너를 믿는 나를 믿으면서'


[오소희 작가의 엄마의 20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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