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07 어제도엄마,오늘도엄마,내일도엄마

by 글짓는맘
"엄마는 원래부터 엄마였어?"

나는 엄마가 원래부터 엄마였는 줄 알았다. 늘 엄마였으니까. 지금 나의 아이들도 나는 원래부터 엄마였는 줄 아나 보다. 엄마도 아가 때가 있었냐고 묻는 걸 보면, 엄마는 원래부터 엄마로 태어난 줄 아는 것 같다. 내가 나의 엄마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듯이. 나의 엄마는 육남매의 첫째 딸이었고, 친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셨다고 한다. 시골에 살다가 스무살에 시내로 나와서 엄마의 바로 아래 남동생, 나에게는 큰 외삼촌과 함께 자취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대 중반에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고, 나와 동생을 낳으셨다. 엄마는 나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할머니가 아프시다는 것을 알았고, 결국 외할머니는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나는 외할머니가 생각나지 않지만 남은 사진 한장으로 외할머니를 기억한다. 나는 외할머니에 대해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 때에는 일찍 결혼했으니까 20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을 하고, 시부모를 모시고, 아이들을 줄줄이 낳고, 밭일을 하고, 아프셨다는 것뿐이다. 나의 엄마는 마음속에 항상 외할머니가 함께 하고 있다는 말을 가끔 하신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엄마는 외할머니와 함께 보냈던 그 시간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고, 엄마는 여전히 외할머니를 생생히 기억하며 그리워한다. 나중이 되면, 아마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쯤이면 나도 그럴 테지. 나의 아이들도 그럴 거고.



엄마는 같이 있을 때에는 공기 같아서 있는 듯 없는 듯 모르다가 엄마의 존재가 사라지고 나면 그제서야 소중함과 고마움이 물밀 듯 밀려오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엄마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엄마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있을 수 없었던 나의 탄생이 얼마나 고마운지, 엄마가 부재할 때야 비로소 느껴진다. 인생을 전체로 두고 볼 때, 내 인생을 둥근 지구라고 한다면 엄마는 내게 우주 와도 같다. 그렇기에 엄마에게 느끼는 모래알처럼 사소한 일상에서의 서운함 정도는 그저 그 자리에 놔두어야 겠다. 모래, 흙, 물, 벌레, 나무, 꽃,,, 모든 것이 합쳐진 것이 지구인 것처럼, 엄마로부터 나온 나는 모든 감정과 마음이 합쳐진 한 사람이다.



나의 첫째 아이가 늘 이런 말을 한다. “엄마가 화를 안내면 좋겠어.” “나도 동생을 안 꼬집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 되.” “그런데 엄마가 매일 화를 내도 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 세상에나, 내가 제일 좋단다. 어느 누가 화를 내는 사람을 좋아할까? 내가 화를 내도 좋고 안내면 더 좋다고 하는 아이. 아이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엄마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미리 걱정하고, 통제하고, 그게 다 너를 위함이라는 포장으로 사실은 내 만족을 위해 내가 조금이라도 덜 귀찮기 위해 했던 모든 행동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이런 내가 엄마라고? 이렇게 자격이 없는 내가 엄마야? 이렇게 나만 좋다고 하는 아이들의 엄마 됨이 자신이 없어서, 성질만 버럭 버럭 내는 내가 아이들에게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서, 내 자신이 부끄럽고 싫어서 바닥에 딱 붙어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그 순간에도 나는 엄마이다. 엄마, 엄마, 엄마. 그래, 이제 나는 엄마가 되었다. 원래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없다. 엄마가 되어가는 거다.


그토록 원했던 아이들이 내 눈 앞에서 깡총거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원래부터 엄마였던 척을 하지 않아야겠다. 다 아는 척을 하는 것을 그만둬야 겠다. 아이들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니까 나도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는 엄마가 되어야지. 아이들이 콩콩 뛸 때 나는 쿵쿵 뛰는 엄마 해야겠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내가 아는 세상으로 채우려고 하지 말아야지. 나는 매일 매일 엄마가 되어 가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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