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엄마가 좋아!

당신은 엄마를 좋아하나요?

by 글짓는맘

“그만 좀 따라다녀!”

“엄마가 좋아!”

“자꾸 따라다니면 뿡! 하고 방귀 뀐다!”

그래도 좋은데!”


낄낄거리며 내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다섯 살 첫째 아이. 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 지겹지도 않은가 보다. 하긴, 아이에게는 엄마가 아이의 세상 전부인 어린이 시절이다. 매일 화만 내는 엄마가 뭐가 좋으냐고, 엄마 바꾸고 싶을 때가 있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 아이는 싫단다. 엄마가 자신에게 화를 조금만 내면 좋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한다. 고맙다, 정말 눈물 나게 고맙다.


이 세상 그 어떤 존재가, 그 어떤 사람이 나를 이토록 좋아해 줄 수 있을까. 순수한 사랑을 아이로부터 받고 있는 나는 너무나 쉽게 그 사랑을 잊어버린다. 그렇게나 엄마가 좋다는 아이를 바쁘다는 이유로, 또 귀찮고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밀쳐냈고 내팽개쳤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동동거렸고, 아이를 쪼아 댔고, 비난했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는 엄마와 화, 분노, 억울함 등 그 모든 엄마의 감정을 물먹는 스펀지처럼 고스란히 흡수한다.


아이에게 나는 정말 어떤 엄마일까? 나는 아이에게 몇 번 화를 낸 것 같지 않은데 아이에게는 그 한 번이 아주 큰 충격이었고, 상처로 남았다. 아이가 자꾸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집 안에 있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 뭐라도 하려고 하면 엄마가 자꾸 하지 못하게 막아서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엄마가 좋단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렴풋한 어린 시절의 나는 사랑에 목말랐었다. 사랑을 더 달라고 늘 원했지만 내가 만족스러울 만큼의 애정을 받지 못했다. 나는 점점 사랑을 갈구하는 것을 포기했고, 다른 곳에서 사랑을 확인하려고 애썼다. 그럴수록 내 안은 점점 고갈되어갔고, 메말라갔다. 외모는 아주 예쁘게 꾸몄지만 항상 마음이 허전했고, 그 허전함의 정체와 마주하기가 두려워서 정신없이 온갖 일들로 하루를 꽉꽉 채워서 보냈다. 그런 나에게 나의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나라는 아이는 사랑을 아무리 줘도 목말라한다고, 계속해서 더 달라고 한다고.


어느 순간, 나는 사랑이든, 돈이든, 물건이든 다른 그 무엇이든 현실적으로 내가 필요한 딱 그만큼만 가지기를 원했다. 그 이상 가지는 것을 거부했다. 나의 첫째 아이가 나와 똑 닮았다. 아이는 끊임없이 내게 사랑을 구한다. 어쩌면 나는 아이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사랑을 준 것이 아닐지도, 아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아이에게 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는 내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계속해서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의 부모님에게 그랬듯이.


아이가 엄마를 그냥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아이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쉬웠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내가 받았던 눈빛과 내가 들었던 말들을 나의 아이에게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 나 자신이 어쩔 때에는 너무나도 싫은 순간들이 있다. ‘절대 우리 엄마처럼은 안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어떤 상황이 되면 어느새 나의 엄마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더 이상 나의 엄마가 아니다. 나는 내 아이의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엄마이다. 나는 나의 엄마가 될 수 없고 똑같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제 나는 어린 시절의 나와, 그리고 그 시절의 나의 엄마와 작별을 한다. 내 어린 시절의 엄마는, 엄마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성인이 되었고, 엄마가 되었기에 그 당시의 엄마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너는 아주 많은 사랑을 받았었고 그리고 이제 넌 어른이 되었으니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엄마에게, 어렸던 나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아껴줘서 고마웠다고. 나는 이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고 얘기한다.


뒤돌아 있던 내 등을 돌려 앞을 바라본다. 내 앞에는 재잘거리고 쿵쾅거리며 온 집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이제 어른이고 아이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듬뿍 받는 엄마이다. “엄마가 좋아!” “나도 네가 좋아, 정말 좋아. 참 좋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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