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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작가 Feb 25. 2021

부부싸움, 그 이후

부부 사이, 소통하고 있나요. 우리는 불통이었습니다.

여전히 1층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우리의 부부싸움은 남편이 1박 2일의 출장에서 돌아온 그날, 1층 집을 보러 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피곤하면 내일 집을 보러 가자는 나의 말에 남편은 괜찮다고 말했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나 괜찮으니까 오늘 집 보러 가자.”


집 앞 주차장에서 만난 남편은 지쳐 보였다. 별 말이 없길래 오랫동안 운전을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루 종일 운전해서 집으로 온 남편에게 집을 보러 가는 약속을 잡은 것이 미안하긴 했지만, 집에서 5분이 채 되지 않은 거리였고, 남편도 오케이를 했으니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1층 집을 보러 출발했다. 문제는 집을 둘러보고 나서였다.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둘러보고 가자는 나의 말에 남편은 칼같이 거절했다. 왜 그러냐고 하니 속이 너무 안 좋다고 했다. 바로 집에 간다는 말에 첫째 아이는 울기 일보 직전이었고, 차에 타자 마자 놀이터에서 놀다 가고 싶다고를 연신 외치면서 울어 댔다.


남편은 좋게 말할 기력이 없었는지 “그만 울어! 울지 마!”를 연신 외쳐 댔다. 둘째 아이는 그 상황이 무서웠는지 애써 모른 척을 하며 창 밖만 쳐다보았다. 나는 남편에게 그만 소리치고,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남편은 그러는 내게 그만하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처음이었다, 내게 그렇게 큰 목소리로 소리 지르는 것이. 나는 얘기했다. “분명히 당신이 괜찮다고 했어. 내가 얘기했잖아. 힘들면 내일 보러 가자고. 그렇게 안 좋으면 가지 말자고 했어야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남편은 말했다. “아까는 괜찮았는데 점점 속이 안 좋아지잖아, 체한 것 같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냅다 달렸다.


나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남편은 곧바로 집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의 놀라고,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 주려고 나는 아주 신나는 척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았다. 씽씽이를 신나게 타고 놀이터를 뛰어다니면서 그렇게 놀았다. 바람이 불었는데, 바람에 나의 화난 감정을 날려 보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다. 나는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 주어야만 했다. “아빠가 많이 아프신 가 봐. 그래도 너희에게 소리를 지른 것은 잘못이야. 아까 많이 놀랬지? 아빠가 지금은 배가 아프니까 우리 아빠 배 빨리 나으라고 하자~~” 아이들은 안심하는 눈치였다. 정말 안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 순간 남편이 꼴도 보기 싫어졌다. 아까 밖에서 화를 풀고 왔는데 왜 남편이 꼴도 보기 싫었을까? 저대로 없어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안 되지만 말이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겨우 씻기만 하고 누워있는 남편에게, 약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장난스레 “I’m going to kill you. Take these pills. You’ll get better.”이라고 말을 했는데, 남편은 약봉지를 살펴가면서 조심조심 약을 먹었다. “뭘 그렇게 살펴봐?”라는 나의 말에 남편은 “약을 주면서 나를 죽인다고 하는데 잘 살펴보고 먹어야지.”라고 응수했다. 훗, 웃음이 나왔고 남편은 소화제를 먹고는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이들과 잘 준비를 하고 나의 두 팔을 아이들의 머리에 하나씩 내어주고 잠이 들었다.


이 새벽,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속상했던 것이다. 누군가 내게 그렇게 큰 소리를 지른 적이 없었기에, 그 대상이 남편이라는 것에 놀랐고, 화도 났고 슬펐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욱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했다. 솔직히, 아이들 앞에서 남편이 내게 소리 지른 그 상황이 창피했다.  나 역시 화가 나서 남편을 비난하기만 했다. 하지만 비난과 잔소리는 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기에,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서로 침묵했던 잠깐의 시간에 감사한 마음이 슬며시 들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 역시 얼마나 많이 아이들 앞에서 남편을 비난했었던가.


올해가 결혼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꽤 다양한 감정을 오갔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이런 것이 부부 생활일까..?


중요한 것은 부부싸움 그 이후이다. 싸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부부가 서로 다투는 모습을 아이들이 봤다면, 그 이후에 부부가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어느 아동 전문가의 말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도 평소 아빠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말을 자주 해주고 아빠에 대해 긍정적인 표현을 해 놓으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아빠는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작은 부부 사이의 다툼이 있더라도 엄마가 아빠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아빠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하필이면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온 날 다른 약속을 잡은 나도 남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었고, 남편 역시 자신의 힘듦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너무 과했던 면이 있었다. 부부 생활은 서로의 부족함을 안고 같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의 연속인 것 같다.

앞으로도 잘해 봅시데이~ 좋고도 미운 나의 짝꿍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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