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나요
오랜만에, 친정에 다녀왔다. 사실, 친정이라는 말보다 ‘우리 집’이라는 말이 더 좋은 건 왜일까. 친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거리감이 느껴져서 아직도 친정이라는 말을 할 면 입에서 어색함이 감돈다. 부모님과 강아지, 그리고 내 여동생은 오랜만에 만나는 나의 아이들을 격하게 반겨주었다.
엄마는 아귀찜을 해 주셨다. 매콤하고 짭조름한 양념이 일품인 아귀찜!
아귀살을 살살 발라 양념에 쓱 묻혀 콩나물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생선과 살캉거리는 콩나물의 식감에 한동안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정신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우리 집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여동생은 아이들과 노느라 신이 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문득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면 무척이나 섭섭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섭섭함이란, 언젠가 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지금처럼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줄 이모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아직 미혼인 여동생이 결혼을 하고 겪게 될 수많은 일들이 예상이 되어 짠한 마음이 들어서 였을까.
아무튼 나는 동생을 바라보며 동생이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모처럼 엄마와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초저녁 잠을 자고 밤늦게 일어난 아이들은 눈이 점점 말똥말똥 해지더니 온 집안의 불을 다 켜고 놀기 시작했다. ‘엄마랑 딱히 할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그냥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얘기가 좀 하고 싶었던 거지, 뭐.’ 스스로를 애써 위안하며 아이들과 새벽을 보냈다.
다음날도 엄마의 사랑인 집밥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고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에는 엄마와 헤어질 때 눈물이 자꾸 날 것만 같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걸까. 첫째 아이가 돌이 막 지났을 무렵 외할머니와 헤어질 때 그렇게 울어댔는데, 나는 다시 아기 같은 마음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침에는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말캉한 김치를 숟가락 위에 얹어서 한 입 떠먹는 순간 ‘아, 그래 이 맛이야. 역시 김치찌개는 내 손으로 한 게 제일 맛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친정에서 그렇게 잘 먹고, 잘 놀다 왔으면서
결혼 10년 차, 햇수로 11년 만에 나는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게 느껴졌다. 내 손으로 만드는 음식에 나도 모르게 입맛이 길들여지고 있었다. 우리 엄마가 해 준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변하고 있다.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게 느껴졌던 그 날, 나는 나의 부모님에게서 두 번째 독립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결혼과 동시에 물리적인 거리감을 통한 독립이었고, 이번에는 정신적인 독립인 것이다.
조금씩 변하고 있는 나의 입맛에 아쉽기도, 그리고 이제야 엄마를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에 앞으로의 엄마와의 관계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앞으로도 엄마가 해 준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을 것이다. 오래오래 엄마의 밥을 먹을 수 있기를, 이 새벽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