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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작가 Feb 21. 2021

[육아에세이] 1층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사 갈 때 나를 붙잡는 아쉬운 것들에 대하여

‘콩콩콩콩, 히히!’ ‘

‘뛰고 싶으면 침대에서 뛰자..’

‘응, 콩콩콩콩콩’

‘지금은 모두 다 코~ 자고 있는 밤이야. 그만 뛰자.’

‘알겠어.. 쿵!’

‘뛰지말라고 했지! 꼭 소리를 질러야 말을 듣니?!

아랫집 아줌마가 올라오시겠어!!’


좋게 말을 해 보기도, 윽박을 질러 보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뛰지 않고 잠자리에 들기엔 역부족이다. 집에서 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넘쳐나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해서 유치원이 끝나는 오후 시간이면 바로 놀이터로 향한다. 두 시간씩, 어떤 날은 세 시간씩도 놀다 들어오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콩콩콩 걸어다니는 아이들이다. 잠자기가 싫어서 잠을 쫓아내기 위해서 그렇게 콩콩콩콩 걸어다니는 걸까? 그나마 첫째 아이는 말이 통하는 여섯 살이지만, 세 살인 동생은 아무리 말을 해도 자기 형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 종일 잘 놀다가도 밤이 되면 뛰지 말라는 부모의 말에, 또는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온다는 협박에 아이들은 겁을 먹거나 더 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울먹이며 잠에 드는 날이 부지기수이다.


“우리 1층으로 이사 갈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 부부는 1층 집을 알아보았다. 첫째 아이가 아토피도 있으니 환경도 바꿔보자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이왕이면 신축 아파트 1층집’을 찾아보기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일단,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대부분 30년이 지난 구축아파트가 많아서 제외를 하기로 했다. 신축 아파트를 알아볼수록 지금의 집에서는 거리가 점점점 멀어지고, 마음에 드는 신축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아무데나 1층을 외쳤던 나였지만, 집을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학령기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신축 아파트 특징>

1.     대부분 초등학교 까지만 가깝다. (물론, 학군이 조성되어 있는 신축 아파트도 많지만, 전세가 너무 비싸서 갈 수 없음)

2.     중학교는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이사를 해야 함

3.     상권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곳이 많음, 병원 및 학원이 부족함.


<내가 원하는 조건>

1.     1층이고, 지은지 10년이 안 된 아파트

2.     초, 중까지 집에서 걸어갈 수 있어야 함(가능하면 고등학교도 가까운 곳)

 

남편은 이런 내게 말했다. 중학교까지 보고 이사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과, 아토피가 있는 첫째 아이에게 집의 환경을 바꾸어 주는 것이니 이것만 보고 이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여러 집들을 보러 다니다 보니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사 가려는 마음을 붙잡는 아쉬운 것들>

1.     아이의 유치원(바로 닥친 상황)

아이가 지난 겨울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유치원을 너무 좋아한다. 이제 막 적응해서 다니고 있는 유치원을 떠나 다른 유치원에서 새로 적응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2.     전학(6년 이내로 벌어질 상황)남편은 이사를 가서 2년정도 살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금 사는 곳으로 다시 돌아오자고 하지만, 말이 쉽다. 학교에 이미 입학을 했는데 다시 전학을 시켜야 하기는 어려울 수 있고, 중학생될 무렵에는 중학교가 있는 곳으로 전학을 시켜야 한다.(버스를 타고 중학교에 다니는 것은 반대)아이는 부모의 생각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마음에 걸린다.


3.     지금 사는 곳에서는 초,중,고 까지의 거리가 모두 가깝다.


아이들이 뛰지 말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것 > 새로운 환경에서의 아이의 전학과 적응


아이들이 뛰지 말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것 < 새로운 환경에서의 아이의 전학과 적응


욕심이 많다. 어느 것도 포기가 잘 안되는 이 마음을 보니 내가 이렇게 욕심이 많은 사람인 줄 이제 알았다.

1층에도 살고 싶고, 마음에 드는 유치원도 보내고 싶고, 되도록이면 학교를 다니는 중간에 전학은 하기 싫고.


아쉽게도.. 지금 사는 곳의 새 아파트는.. 가고 싶어도 도저히 갈 수 가 없다.

아.. 전세여.. 왜 이렇게 비싼겁니까...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우리 이사 갈까, 말까?'

'이사를 가고는 싶은데.. 걸리는 게 많아. 1층에 살고 싶기는 한데..'


결정의 순간 앞에서, 마음에서 놓아야 할 것은 놓아야 할 것이다.

그 어느 것도 놓기 싫다면 그냥 지금처럼 살테지. 잔소리를 매일 하면서.

나는,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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