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괜찮은 날들

by 솔트다움 박연희

오랜만이다.

하루 건너 하루 따라다니던 아이들 놀이 보초도 이제는 가뭄에 콩 나듯이다. 굳이 차가 다니는 길을 지나서 가야 하는 곳으로 놀러 가겠다고 하는 날, 또 마침 내가 집에 있는 날, 놀고 싶은 날인데 하필 학원이 비는 날. 이 모든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만날 수 있는 하루이니 오랜만일 수밖에 없다.


너무 싫었었다.

놀이터 보초가 치가 떨릴 만큼 싫었다. 일할시간이 부족해도 아이가 친구 없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할까 봐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는 애를 따라가서 놀이터 구석에서 책을 붙드는 그 시간이 답답했다. 답답하니 책이라도 들고 다녔다는 표현이 더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놀이보초 포함 애들을 키우는 모든 시간을 동경한다.

내가 뭘 하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시간들에도 애들은 큰다. 애들이 큰걸 볼 때, 느낄 때, 확인할 때마다 뿌듯함이 몰려온다. 생산성 효율성 측면에서 가히 최고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큰 아이가 나에게 "우리 키우느라 힘들지 않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난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답했다. "진짜로 하나도 안 힘든데"라고 굉장히 T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미안한데 난 그리 힘들 만큼 애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냥 되는대로 너희들 옆에 있을 뿐이야. 너희들이 좋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 옆에 있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오늘 어쩌다 본 유튜브 쇼츠에서 어떤 아빠가 출산 후 방금 병원에서 나온 듯 겉싸개에 싸인 아기를 안고 걸음을 재촉하며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 못 하고 깔깔거리는 모습을 봤다. 아내가 뭐가 그리 좋냐고 물으니 "요론 애가 내 품에 있는 게"라고 말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는데 모든 댓글이 함께 웃게 된다고 하는 그 모습에 난 왜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코끝이 찡해지는지 하마터면 그 영상을 봤을 때처럼 눈물이 떨어지려는 걸 참았다. 부모에게 아이는 응당 그런 존재지. 행복을 주체할 수 없어 낄낄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던 갓난쟁이를 품에 안은 아빠처럼 내 마음도 그랬었다. 내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그때 씌워진 콩꺼풀이 좀처럼 벗겨지지 않는다.


오늘도 난 스탠바이?

말이 그렇지 그게 안 되는 날이 더 많다. 되도록이면 아프지 않기를 매일매일 학교 가는 게 행복하기를 내가 없는 시간에도 해야 할 일들을 성실히 해놓기를 눈치 보고 잔소리로 들리는 당부를 해가며 난 이제 아이들보다 더 어린 내 일을 키운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너무 쑥쑥 자라지 않도록 때로는 가지를 쳐내고 물을 덜 주고 유리돔도 씌워가며 천천히 키워간다.


결론은 그래서 생각보다 이 시간이 꽤나 괜찮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도 하는 일들을 가랑이 찢어지게 다 붙잡고 있는 듯한 지금이, 참 좋다. 앞에서 앓는 소리 하고 뒤에서 낄낄거리고 있는 듯 내 마음이 그렇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가 있다. 육아를 겁내는 사람들에게'엄청 힘들지만 다 지나가'라는 이야기 말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우리 인생길 한 모양만 있지 않다고. 당신의 이야기는 또 다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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