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Day 9
"이런 걸 주시면 제가 거절을 못하는데요"
우리 동네에는 수요일마다 장이 선다. 유치원 하원하고 꼭 놀이터에 들렀다 오는 누나를 마중 나가 함께 놀이터에 가겠다고 하는 둘째를 데리고 나가서 놀이터도 가고 장에도 가서 구경을 했는데, 생선장수 아저씨가 둘째에게 작은 생선 하나를 장난처럼 건네자 아이가 차마 받지는 못하고 내뱉은 말이다.
맙소사. 어디서 배운 말이야.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4살 둘째 아가가 늦바람이 들었다. 누나만 놀이터에서 놀다 오면 세상 서운해하며 울고, 누나 놀러 나가는 데는 다 가겠다고 따라나선다. 그게 정상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 꼬마에게는 아니었다. 신생아 때부터 얌전하고 조용했다. 아가 침대에 누워서 놀고 그러다 잤다. 놀러 온 가족들마다 신기해했다.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고 실수를 하면 미안해한다. 활달한 누나가 놀러 나간다고 하면 집에 있겠다고 할 때가 더 많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이제 나가자고 한다.
너무 반갑다.
누나랑 시소를 탄다. 둘을 낳아놓고 정말 뿌듯한 순간 중에 하나가 웃기게 들리겠지만 아이 둘이 시소를 타는 순간이다. "아 이러려고 내가 둘을 낳았구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직도 누나가 긴 미끄럼틀은 무서워하는 동생을 안고 제일 긴 미끄럼틀을 타 준다. 그러면 동생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함박웃음을 짓는다. 너무 좋아서 두발을 콩콩 구르는 아이를 데리고 장에 가서 오뎅 한 꼬치를 손에 쥐어주었다. 길에 서서 먹는 길거리 오뎅이 처음인 아이는 너무 맛있게 오뎅을 뜯어먹는다.
물로 해결 안 되는 갈증은 장 끝에 있는 마트에 들러 음료수로 해결한다. 그때 누나가 집어 든 솜사탕. 이 또한 태어나서 처음인 둘째아 가는 그 맛이 잊히지 않았나 보다. 다음에 장에 갈 땐 뭐 사줄까? 물었더니 다음엔 본인이 고른 솜사탕을 먹고 싶단다. 그건 장 안서도 사줄 수 있지.
엄마라면 응당 "밥 먹어야지"라며 말렸을 법한 간식들로 배를 잔뜩 불리고 누나 손을 잡고 집에 간다. '엄마에게 집을 알려달라'는 꼼수를 쓰는 엄마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도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보는 나는 또 마음 가득 흐뭇하다. 이제는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마음이 가득 차는지 알 수도 없다.
사실 말이 장이지 아파트 차도에 천막을 쳐 놓은 거라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이들을 이리저리 손잡고 조심시키고 먹을 것 사서 손에 들고 어마무시 계단이 나타나면 애를 한 손으로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들고. 매 순간 신경도 쓰이고 힘든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저녁 한 끼 건너뛰면 어때 추억하나 가 인생에 새겨질 텐데.
어젠 그랬다. 또 하루 마음 그득한 날.
오늘의 감사
1. 공부할 책이 왔다. 두껍다. 그래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2. 아이 상처가 눈에 띄게 많이 아물었다.
3.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4. 마의 수요일이 잘 지나갔다.
감사로 인해 달라진 일상
1. 조금은 긍정적인 사람이 된듯한 느낌.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