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시작을 할 수가 없다면
기획 에세이 #2 : 아이디어 정리의 변증법
바야흐로 방구석에 앉아서도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시대. 뉴 노멀 시대, 내 눈앞에는 신기한 밥벌이 방법들이 24시간 나에게 말을 걸고 내 머릿속은 시대적 변화에 적응이 얼마나 빠른지 몸뚱이가 실천에 옮기기도 전에 본 것 들은 것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시도해보고 싶어 진다. 하지만 그저 마음만 앞서갈 뿐 현실은 한 발자국도 실행에 옮기지 못할 때가 많다.
그 많은 생각들을 끌어안고.. 한 발자국도.. 이유가 무엇일까?
뒤죽박죽 얽힌 실타래처럼
생각들이 꼬여서 정리가 안된다.
'정리가 안 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그중에 하나 아무거나 골라서 실행해보면 되지. 문제는 실행력이야!'
일부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조합해서 퍼즐을 좀 맞추며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쉬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뭐지?' '나에게 맞는 것이 뭐지?' '나의 것과 어떻게 조합을 하면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다행이다. 마땅히 던져야 할 질문들도 던지지 못한 채 정보에 떠밀려 머릿속만 묵직하다. 주사위라도 굴려서 한 가지를 정했다 치자. 그다음은 어떤 징검다리부터 밟아야 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걸 알아야 하나씩 밟아 건너갈 것이 아닌가. 10으로 가고 싶은 나에게 2, 3, 4, 5, 6, 7, 8, 9를 순서 정연하게 알려 주는 작업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리'라는 것이다.
'정리'가 그리 중요한 작업 어었나?라고 한다면 머리가 띵할 만큼 세차게 끄덕여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와 계획 없이 되는대로 일을 해나가다가 대박을 터트리는 천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적어도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닌 듯하다. 100을 그려야 10의 진도라도 나갈 수 있는 것이 나라는 인간이다.
정리?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근래에 이사를 했다. 결혼하고 첫 이사인지라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나의 두려움의 원인들 중 하나는 유독 많은 짐이었다. '어떻게 다 정리하지'...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내 몸은 어찌할지 않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일단 모든 짐들을 두어야 할 방으로 옮긴다. 그리고 상자에서 모두 꺼낸다. 종류별로 분류한다. 분류하면서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린다. 마지막으로 제자리를 찾아서 넣어준다.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노트를 편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두 노트에 쏟아내 본다. 단어에 파편들에 마구 흩어진다. 모두 쏟아 내고 나면 종류별로 묶는다. 이때 중복되거나 다른 생각들과 개연성이 없거나 내 맘의 소리보다는 그저 어디서 주워들은 소리였던 생각들은 과감히 지운다. 그러고 나서 한 덩이씩 제목을 달아 기승전결 혹은 시간의 순서대로 정렬해준다. 여기까지 오면 무언가 많이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내 생각들이 어디로 향해 있었는지, 그것들을 어떤 방법과 톤 앤 매너로 실행하고 싶었던 것인지 '정리'가 된다. 그러고 나면 '실행' 단계만 남는다.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하나하나 벽돌깨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된다.
정리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정리하면 클리어 해진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서 정보를 검색하면 찾아야 하는 정보의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해 지기 때문에 시간을 덜 낭비하게 되고, 정보의 홍수에서 다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줄어든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 인생에서 시행착오로 낭비될 수 있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그럴 수도 있어 보이는 흔한 사실이 한 사람의 인생의 시간을 얼마나 허비하게 하는지 모른다. 때로는 취미로 관심의 범위를 넓혀볼 수도 있으나 '취미'로 한정하는 것 자체가 생각 정리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그렇게 되었을 때 에너지와 시간의 배분 측면에서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
아이디어 정리의 정반합
변증법은 나에게 참 지루했다. 정반합 정반합...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각 정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는 순간 그 정반합이 떠올랐다. 반인 듯 하지만 반으로 논할 수 있으려면 어찌 되었든 정과 연관된 논리여야 한다. 정에 반을 가져다 붙이고 합으로 결론을 내고, 그것을 다시 정으로 해서 반을 가져다 붙이고 합을 만들어가는 과정. 나 자신과의 토론으로 정반합의 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파워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펜과 종이를 꺼내 들고 싶어지는 충동이 드는 지점이다.
각설하고,
생각 정리에 열을 올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열망은 큰데 현실 자각은 냉혹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욕심은 있는데 현실을 타개할 만큼의 무모한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생각 정리를 제대로 하면 실행에 가까워진다. 생각을 정리하고 뾰족해진 날 끝으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다 보면 현실의 어려움이라는 장벽이 디디면 오를 수 있는 계단 정도로 낮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게 생각 정리의 이유이고 매력이다.
아무리 좋아도 적당히 하자
뭐든 적당해야 매력을 잃지 않는다. 적당히 정리하고 궁둥이를 떼어 일어나자. 그만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