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멋진 아이야

왜냐하면

by 솔트다움 박연희

이른 아침 누나랑 또 이기지 못할 딱지 멀리 보내기 대결을 하는 꼬맹이. 첫째에게, 동생한테 좀 져주라고 엄마가 거들어줘도 이놈의 딱지가 첫째한테는 손끝만 닿아도 저 멀리 간단다. 져주고 싶은데 쉽지 않다고.


화가 난 꼬맹이, 두꺼운 딱지로 누나 얼굴을 냅다 할퀴고 말았다. 난 여느 때처럼 또 누나만 이겨서 속상했냐고 맘을 읽어주고는 나긋나긋 "근데 사람 때리면 어디 가야 한다고 했어? 가자. 신발 신어. 경찰서 가서 경찰 아저씨랑 이야기해"라고, 오늘과 비슷한 일이 생길 때면 으레 늘어놓는 따분할 때도 된듯한 레퍼토리를 이야기한다. 보통은 "싫어 잘못했어"로 싹싹 빌며 끝나는데 오늘은 세상 서러운 울음이 터진다 "한 번만 용서해줘" 그러고는 그다음에 하는 말이 가관이다 "나도 멋진 아이로 태어났으면 좋겠어". 애미 맘 쓰린 말을 내뱉고는 땅이 꺼질 듯이 속상해하며 운다.


자기보다 세 살이나 많은, 반에서 제일 키가 큰 누나에게 딱지 멀리 보내기를 대패했기로서니 5세 꼬마가 한 말이라 하기엔 너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인지라 어떤 말로 위로를 해서 살짝 긁힌 자존감을 다시 회복시켜줘야 할지 잠시 멍해졌다. 그러고는 이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너 멋진 아이야, 내가 낳았잖아"라는 정답 근처에도 못 간듯한 말을 한다. 설득력이 있는 말인 건지 확신이 채 오지 않았는데 아이 울음은 곧 사그라든다. 난 너에게 어떤 존재인 거니..


안되는 것에는 단호하지만 내가 무서운 엄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아이들 생각은 좀 다른듯하다) 그런 나에게 남매 사이의 정의 실현을 해주길 바라는 아이들이 난 신기할 뿐이다. 어쩌란 말이냐. 누구 편을 들어주랴. 보통은 공평하게 둘 다 한소리씩 듣는다. 그리고 가끔은 둘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화해하고 나오라고 한다. 화해할 땐 한쪽이 무조건 양보해도 안되고 서로에게 서운한 것, 원하는 것을 잘 이야기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그렇게 둘이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면 생각보다 더 잘 그리고 빨리, 화해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해결책을 가지고 나온다. 거봐 멋진 아이들이잖아.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아이야.'


그런데 이 말.. 나에게도 필요한 말 아닐까?


'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다'




거봐... 오늘도... 엄마가 널 보며 깨닫고 배우잖아.


'넌 정말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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