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기 싫어하고 몸이 약한 아이였다. 지어주신 한약은 버리기 일쑤였다. 체력이 약하니 학창 시절 참 힘들었다. 왜 취미하나 없을까 생각하다 노는 것이 참 즐거웠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의 내 아이들이 각자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한없이 노는 게 날 닮았구나 웃음이 난다. 그래도 여전히 취미하나는 만들고프다. 내 영혼이 재미있게 쉴 곳 하나는 있으면 좋겠다. 나에 대한 사유를 미뤄왔다. 다른 할 일들이 더 급하다 생각했던 듯하다. 글을 기깔나게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이토록 지루한 2차원의 공간에서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을 선망하다. 딱 모범생 스타일인데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건 싫어한다. 하루 종일 애들 끼고 있는 것도 싫지 않다. 돈이 좋다기보다 내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망할 인정욕과 헤어지고 싶다. 퇴사할 때 파트장이 해준 얘기가 연희 프로는 기획력이 있어서 뭐든 할 거라고 했다. 뭐 소린가 싶었었다. 그런데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기획이다.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멋진 기획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기획이다. 하나님이 나를 사용하시도록 나를 텅 비워야 할 때임을 안다. 뭐 하나에 꽂히면 아무 말도 안 들린다. 내 새끼가 나의 그런 면을 닮아서 속이 터진다. 나와 함께 사는 우리 신랑 속도 터진다. 도전 정신과 유연성이 뛰어나지만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 부족한 걸 하려니 흰머리가 더 생기나 보다. 오래 앉아 있을 수는 있지만 체력이 부족하니 집중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앉아있는 시간 대비 아웃풋이 적은 편이다. 그러고 보니 몸이 좌우 비대칭인 것이 앉아있는 자세가 바르지 못한 것 때문인가 싶다.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마음이 약하다. 거절이 어렵지만 이제는 해보려 하는 중이다. 코치로 활동하지만 남에게 대한 관심이 참 선택적이다. 에너지가 남아돌지 않아서 좁게 집중한다. 호기심이 많지 않은 줄 알았지만 궁금한 건 다 파보는 걸 보면 나에게도 호기심이 꽤 있구나 싶다. 항상 성장과 발전에 대한 갈증이 있다. 하지만 멘탈 잡고 내 속도로 가는 것이 나에겐 매우 중요하다. 내 일 말고도 챙기며 살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살면서 받은 가장 큰 축복들임을 안다. 신발과 액세서리를 좋아했다. 예전처럼 사 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 대신 애들 신발을 사댄다. 언젠간 세계의 자연 절경을 보러 다니고 싶다. 자연 절경 앞에서는 멍하니 아득해진다. 갑자기 당장 짐을 싸야 하나 싶어 진다.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 재미있어서이다. 책을 쓰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늘 아래 새것이 뭐가 있다고. 30살이 지나면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40살도 지났지만 세상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 너무 좋다. 평범함이 감사임을 이제는 안다.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 되게 해 달라는 기도,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 되게 해 달라는 기도를 엄마가 평생 해주셨다. 그중 앞의 기도만 아이들에게 되물려주고 있다. 매일이 감사하다. 그 노무 욕심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올라오지만 필요를 때에 따라 채우심을 신뢰하며 난 그냥 재밌게 살련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애는 나를 떠났다. 나는 검은색 셔츠를 입는다. 나는 열 살 때 제분소에서 손가락을 베였다. 나는 여섯 살 때 차에 치여 코가 부러졌다. 나는 열다섯 살 때 경오토바이에서 떨어져 엉덩이와 팔꿈치 살갗이 까졌는데 손을 사용하지 않고 뒤를 보며 길거리를 무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장석주 박연준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중 '자화상'
글 쓰는 오늘 Season10 우리들의 글루스 II 와 함께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