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행복한 아이들

여백이 있어야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

by 솔트다움 박연희

8세와 5세. 하루 종일 즐거운 아이들과 함께 산다. 이 아이들이라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주 주말 주간 학습 계획을 세우고 학교, 유치원을 다니고 방과 후를 하고 화상수업도 한다. 하지만 해야 할 일들은 찰나이고 놀이가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놀고 놀고 또 논다. 둘을 낳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도록 정말 온종일 둘이 논다. 놀 때는 옆에도 있지 말란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는 깔깔거리는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 아기 침대에 누워만 있던 시절부터 누나 까꿍 소리만 들어도 깔깔거리던 둘째다. 말 끝마다 웃어주고 누나 누나 불러대며 누나의 심심할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마성의 매력으로 누나를 끌고 다니는 동생과 혼자 하고픈 놀이가 있어도 이내 서로 양보하며 획득한 신선한 놀잇감으로 동생을 놀이로 끌어들이는 누나. 서로가 있어 심심할 틈이 없는 남매다. 내내 웃고 종알거리는 애들을 보고 있으면 맘이 참 편안해진다. 학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리 천하태평인 건지 문득문득 불안하다가도 기본이라도 하고 있으면 되었지 저리 맘 편히 놀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싶고. 집에서 하는 놀이가 재밌으니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한가 싶고. 불안함은 잠시 잠재우고 평안함을 누리기로 한다. 엄마의 평안함도 전해졌는지 걱정 한올 없이 마냥 해맑은 아이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핑계가 한 가지 있긴 하다. 아이들에게 여백의 시간이 있어야 학습한 것이 흡수가 잘 될 거라는 엄마의 개똥철학이 그것이다. 다행히 그것이 맞는 말이기라도 한 것처럼 학교 수업이 재밌고 방과 후 수업들도 재밌을 뿐 아니라 배운 것들을 잘 기억하고 있으니 엄마 노릇의 게으름을 미화하려 애쓴 엄마는 다시 한번 안도한다.


사실 이미 어른이 된 애미의 마음이 종종거릴 뿐 사실 아이들은 마땅히 놀아야 할 시절이 맞긴 하다. 우리 어린 시절만 생각해봐도 손이 꽁꽁 얼어도 잡기 놀이, 고무줄놀이, 땅따먹기를 하며 하루 종일 골목에서 놀다가 날이 어둑해질 때쯤이 되면 뿔뿔이 흩어지곤 했었다. 이내 학원 뺑뺑이가 시작되었지만 그것도 좀 더 커서의 일이었던 것 같다. 학원을 다닌다고 학원 숙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도 없다. 예전에는 학원보다 학교의 권위가 더 컸었던 때라 학교 숙제가 우선이었고 공부를 많이 시키는 담임 선생님만 만나지 않으면 그야말로 쉬는 시간 하교 후 할 것 없이 놀기에 바빴다. 영어를 다 커서 배웠다고 큰일이 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탱자탱자 놀다가 하고 싶은 맘이 생길 때 코박으면 되는 것이 수학이었다. 그리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 이리 놀아도 되는 건데.. 뭐가 그리 조급한 걸까. 아직 10살도 안되었는데.


조급증도 병이다. 내일에만 조급증이 생기면 그나마 괜찮은 거고 식구들을 들들 볶기 시작하면 중증인 거다. 치료가 필요하다. 멀리 보고, 입장 바꿔 생각하고, 할 말을 한차례 꼭 참아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 할 줄 모르는 큰아이에게 "어떻게 그 상황에 괜찮을 수 있어?"라고 물은 적이 있다. 아이의 답은 "크게 심호흡을 하면 괜찮아져"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화를 내면 친구들이 줄어들어. 나는 친구들이 줄어드는 게 싫어" 반은 맞고 반은 틀린듯한 아이의 이야기를 며칠째 곱씹고 있다. 아이들을 들들 볶고 있다면 내 속이 괜찮지 않아서이다. 심호흡을 하자. 맘이 조여 온다고 자꾸 화내면 아무리 식구라도 맘이 떠날지도 모르니까.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나 놀아도 돼?"라도 묻는 아이. 놀아도 놀아도 놀꺼리가 있는 아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저 기세로 뭐에만 하나 꽂혀라 바랄 뿐. 책 한 권만 읽고 놀라 하니 얇디얇은 그림책 한 권 뚝딱 해치우고 이내 140개짜리 포켓몬 피규어를 잡는 아이. 그래 놀아라. 맘껏 놀아라.


언젠간 여백 없이 전력질주해야 할 날이 오겠지. 그래야 할 날이 오면 너무 늦기 전에만 알아채길 바랄 뿐이다.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라는 수필 같은 이야기는 못하겠어. 하지만 크게 심호흡을 해볼게. 행복해하는 너희들 얼굴 보며 지금 많이 웃어둘게. 조금 힘든 시기가 와도 같이 그 힘으로 버틸 수 있게. 힘든 시기가 안 오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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