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고마워
너에게 하는 말인지 나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로 살게 해 줘서 고마워. 부모의 사랑을 비로소 깨닫게 해 줘서 고마워.. 웃어줘서 고마워. 웃으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꽤 괜찮은 사람으로 살게 해 줘서 고마워. 표현하는 사람으로 살게 해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맙다는 표현인지 감동으로 꽉 찬 마음이 새어 나와 찾은 언어적 표현인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마워.
ㄴ
너
과거엔 두 번째 손가락을 쭉 뻗어 적대적으로 공격하는듯한 제스처를 떠올리는 단어였으나 현재는 앉은뱅이 꽃을 들여다보며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말로 쓰임. 웃어도 아리고 울어도 아리고. 내 인생이 이렇게 다채로웠나 네가 아니면 조용하기만 했을 인생인데. 너 때문에 네 덕분에 내 인생 참 알록달록하다.
ㄷ
돌아올래
많이 머지않은 미래에 내가 너에게 하게 될 말. 언젠간 엄마를 떠나 세상의 쓴맛 단맛 스스로 보아가며 눈물 흘리기도 외로워도 하겠지.. 그럴 땐 엄마를 기억해 줄래? 잠시라도 다시 돌아올래? 함께 웃고 나면 다시 날아갈 용기도 힘도 생길 거야.
ㄹ
로맨스
한때는 이 한마디에 가슴 떨렸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남의 나라 말이 되어버림. 오메 시상에 남사 스러.
ㅁ
미안해
참 공평하지 않아 너와 나 사이에 이 말은. 네가 떨어뜨렸는데도 내가 거기다가 놔서 네가 놀라게 된 것 같아 미안하고, 네가 다치면 내가 잘 살피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서 미안하고. 그런데 네가 클수록 진짜 이 말을 해야 할 때는 안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돼. 네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아서 미안해, 잔소리하느라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해서 미안해. 다행이야 너와 나 사이. 사랑해서 하는 '미안해'라.
ㅂ
반가워
너와의 첫 만남에야 그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 말. 처음 만난 핏덩이와 친해질 수 있을까 궁금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태지가 덕지덕지 묻은 채로 얼굴을 최대한 찡그려 울고 있는 너와의 첫 만남이 어찌나 복받치던지 숨쉬기도 힘들었어. 반가워 아가. 매일매일 반가워.
ㅅ
새로워
원래 있던 것인데 새삼스럽게. 너의 말이 새로워. 너의 몸짓이 새로워. 너의 성장이 새로워. 나를 닮은 모습이 신기하고 나와 같지 않은 모습이 새롭 단말이지. 너에게 안내해 주려 억지로 깨고 나와 만난 세상이 새롭고 너를 통해 보는 세상이 새로워. 네 덕분에 또 한 세상을 사네.
ㅇ
영원히
기준이 없다가 기준이 생긴 말. "엄마가 나 죽을 때 같이 죽으면 좋겠다"는 말. 너무 나 같은 생각이라 난 네 맘을 알 것 같아. 나도 너의 영원 동안 같이 살면 좋겠어. 이런 대화를 나눌 만큼 우리 사이좋아서 다행이야.
ㅈ
절대
세상에 그런 건 없어짐. 모든 가능성이 열리고 모든 시간은 유동적이 되었어. 상황 바이 상황, 애 바이 애란 말이지. 나도 왕년에 한 고집, 한 고리타분했거든. 이제 그런 게 어딨어. 다 어디 갔을까.
ㅊ
추상적
일못러에서 창의적으로 그 의미가 바뀜. 추상적인 무언가? 딱 싫어. 뭐든지 구체적이어야지. 일할 땐 지금도 추상적인 무언가가 끔찍이도 싫지만 고슴도치 어미인 난 너의 추상적임을 편애해. 너의 추상적인 그림들과 언어적 표현들을 마주 할 땐 천재적이라는 생각마저 들거든. 내 멋대로인 세상의 시작은 너 인가 봐.
ㅋ
카페
좋아했던 것이 아닌 좋아하게 된 무언가. 내가 카페를 좋아했었나? 생각해 보면. 별로. 왠지 지루하고 길을 찾지 못하는 대화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하품 나는 곳이 카페였던 것아. 뭘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거 알지? 지루하지만 갈 데 없어 가던 카페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니 막 소중해. 커피원두 냄새, 커피잔만 덩그러니 올려진 한가한 테이블, 유난스럽게 들고 나선 책이나 노트북을 올려놓으면 원래 엄청 좋아했던 공간이었던 같은 착각 마저 들어. 언젠간 같이 더블로 유난스럽게 책 들고 가서 시간을 보내보자. 그때가 되면 정말 알게 될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인지 아닌지.
ㅌ
티맵
운전 필수품. 아는 길도 켜고 가자. 티맵 없이 운전을 하는 건 비효율이야. 아는 길도 꼭 GPS 가 필요해. 어디서 속도를 줄여야 하는지 차가 얼마나 막히는지 알 수 있잖아. 티맵에서 굳이 독립을 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아. 오히려 더 잘 이용하려 기능들을 살펴보지. 육아에도 티맵이 있으면 좋겠어.
ㅍ
파도
너에게 처음인 것들이 많은데 유독 의미를 두 개 되는 이것과의 첫 만남. 네가 처음 만난 바다가 내 눈앞에 아직도 선명해. 너는 기억도 못할 텐데. 네가 만나는 세상이 아름답기를. 좋은 것들과 만나 좋은 영향을 받기를. 좋은 것들을 보고 그 순간 행복하기를. 나에겐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시선에 나의 진眞심이 담기는 경험이 시작된 순간이었어.
ㅎ
하물며
너에게 주는 것들은 한 번씩 걸러져. 어른도 못 먹는걸 하물며 아이들이 먹겠어. 어른에게도 힘든데 하물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연약한 너를 보호해 주라고 공감이라는 능력을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오감이 다 뭐야 육감 칠감을 열어서 너의 말과 몸짓과 상황을 들어. 내가 이런데 하물며 너는. 나의 불편했던 경험들과 좋았던 경험들을 총동원해서 너에게 줄 것들을 고려해. 하나님의 섭리 참. 그리 귀히 키워지는 게 사람인가 봐. 나도.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