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나오키상은 무엇입니까?

소설 <프라이즈> 리뷰

by 전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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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욕망은 있습니다. '저녁에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소소한 바람부터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거대한 야망까지, 그 크기와 종류는 제각각이죠. 욕망은 때로 우리 삶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지만, 타인과의 깊은 갈등을 초래하는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인류사의 굵직한 사건들 배후에는 늘 욕망이 있었고, 그렇기에 문학과 영화가 사랑하는 영원한 테마가 된 것이겠지요.


욕망이 빚어내는 사건 사고를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역시 그 뜨거운 욕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3대 여성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무라야마 유카의 장편 소설, <프라이즈(위즈덤하우스, 2025)>입니다. (3대 작가 중 나머지 두 분은 글 마지막에 공개합니다^^)






줄거리: 나오키상을 향한 하이퍼리얼리즘 추적기

술렁이는 장내에 다시 같은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도 저희 서점을 찾아주신 고객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첫 두 문장


도쿄의 한 서점, 장내 방송이 울려 퍼집니다. 거물급 작가 '아모 카인'의 사인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객석은 이미 인산인해입니다. 하지만 정작 작가보다 더 긴장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출판사 편집자 치히로와 그녀의 동료들입니다.

사인회가 끝난 뒤 이어진 고급 중식당에서의 뒷풀이. 코스 요리와 술이 오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아모 카인이 무심하게 툭 던집니다. "편집장님, 이 틈에 해치울까요? 반성회요."

그때부터 카인의 서슬 퍼런 '갑질'이 시작됩니다. 준비한 펜의 필기감부터 꽃 장식의 수준, 직원들의 태도까지... 독설을 쏟아낸 그녀는 미련 없이 가루이자와의 집으로 떠납니다.


얼마 뒤, 그녀는 모 문예지의 편집장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급히 이야기 좀 하자는 것입니다. 편집장이 서둘러 전화를 해봤더니 쏟아지는 건 불평불만. 그 끝에 등장한 본론은 하나였습니다.

"슬슬 때가 됐지. 이번 달이잖아, 후보작이 정해지는 거."

비록 카인은 '후보작'이라고 말했을뿐이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뻔히 압니다. 바로 나오키상 얘기라는 것을요. 이제 독자는 알았습니다. 아모 카인이란 인물이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캐릭터인지, 그리고 그녀가 나오키상이라는 명예를 얼마나 처절하게 갈구하는지를요.


한편, 카인의 독설 속에서도 묵묵히 그녀를 보좌하는 편집자 치히로는 점차 작가의 깊은 신뢰를 얻으며 함께 '수상 후보작'을 만들기 위한 여정에 뛰어들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전생에 사이 좋은 자매였기라도 한듯이 쿵짝을 이루지만 둘을 지켜보는 주변 인물들의 마음 속에는 불안만 커져 갑니다. 작가와 편집자가 저렇게 붙어 다녀서 끝이 좋은 적이 없었는데... 하지만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이끄는 나오키상을 향한 폭주기관차는 점차 속도를 올려갈 뿐이죠. 과연 둘의 미래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기 맹신이라고 한다면 그래요, 그래도 괜찮아요." 치히로가 말했다. "하지만 후지사키 씨, 곁에서 그렇게 봐놓고도 정말로 모르겠어요? 아모 선생님이 지금 작가로서 얼마나 중요한 고비를 앞두고 있는지를요. 그렇다면 후지사키 씨로는 역시 어렵겠어요. 아무 선생님의 작품이 지금보다 한 단계 위에 도달하려면 제가 붙어 있어야만 하겠어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듯 눈을 휘둥그레 떴던 후지사키가 곧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었다.
"자만하는 것도 적당히 해. 지금 오자와 씨, 조금 위험해."
"그런가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이상하다니까. 진짜 질린다."
더는 반론할 의욕도 없었다. 입을 다물고 다시 교정지에 집중하려는데, 후지사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작가와 그런 식으로 어울리는 거, 내 생각에 그닥 바람직하지 않아."
남자의 질투는 추악하네요, 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더 이상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까웠다.
- 본문 중에서



감상평: 욕망의 미스터리


2016년 미국 버몬트 대학의 앤드류 레이건 연구팀은 1,700여 편의 영문학을 분석해 '스토리의 6가지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거지에서 부자로', '이카로스형', '신데렐라형' 등 모든 이야기는 일정한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죠.


하지만 <프라이즈>를 읽다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이 소설은 어느 모델에 해당할까요? 겉보기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구조 같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들의 사회적 위치나 성취는 결말 직전까지 큰 변동 없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실패를 향해 달려가는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주인공들이 '이제 다 왔다'며 희망에 부풀수록, 독자의 마음속에선 '저러다 큰일나는데'라는 불안감이 차오릅니다. 작가가 곳곳에 파멸을 암시하는 복선을 깔아둔 덕분입니다. '결말은 파멸일 게 뻔한데, 파멸은 어떤 식으로 올 것인가?' <프라이즈>는 이 궁금증을 동력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하나의 기막힌 미스터리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간혹 소설을 올드하게 만드는 설명톤의 나레이션이 발견되기는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작품! 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치히로 씨는 말이지. 편집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
"네?"
놀라서 옆을 보자 카인이 말했다.
"작가를 기쁘게 하는 기술이 대단해."
-본문 중에서



결국 <프라이즈>는 일본 문학계라는 특수한 배경을 빌려왔을 뿐, 본질은 '보편적인 인간의 갈망'을 다룹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나오키상'을 꿈꾸며 삽니다. 그것이 명예든, 사랑이든, 혹은 자아실현이든 말이죠.


비록 소설 속 주인공들이 마주한 결말이 장밋빛 승리는 아닐지라도, 책장을 덮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묘하게 희망적입니다. 처절한 실패를 겪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근육이 그들에게 생겼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연휴,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욕망의 끝에서 마주하는 서늘하고도 뜨거운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P.S.

일본의 3대 여성 소설가로 흔히 언급되는 나머지 두 분은 에쿠니 가오리와 미야베 미유키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동의가 되시나요? 아니면 다른 이름이 떠오르시나요...?





#책리뷰 #소설 #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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