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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Nov 18. 2018

#3 6개월 3천만 원 벌기

호주 워킹홀리데이 일자리 구하는 팁


 세계일주를 결심하고, 필요한 예상경비는 3천만 원이다. 이 경비를 6개월 내로 모아야 했다. 모교의 휴학은 최대 2년이다.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다 돌려면, 최소 1년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여행경비를 모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6개월. 6개월 안에 3천만 원을 모아야 했다. 한국에서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외노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 당시, 환율이 높았던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여행경비를 모으러 호주 시드니로 넘어왔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첫날 시드니의 랜드마크 오페라 하우스만을 둘러보고 바로 일자리를 구했다. 도착한 지 2일 만에, 운 좋게 한인 잡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급이 13불에 하루 최대 6시간만 일할 수 있었다. 이 돈으로 6개월에 3천만 원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다윈은 호주의 북서쪽에 위치에 있다


 시드니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중, ‘다윈’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들었다. 호주 북서쪽에 위치한 다윈은 1년 내내 덥고, 특히 습하다. 이런 특성상 사람들이 많이 안 살고, 한국인들도 별로 없다. 하지만 다윈은 카카두 국립공원과 리치필드 국립공원으로 가는 거점 도시 이므로, 관광도시로써 수요가 있다. 이런 특성상 상대적으로 다른 도시에 비해 시급이 높고, 잡을 구하면 대부분 오지 잡이다. 그래서 나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호주 다윈으로 떠났다.


 6개월에 3만 불을 벌기 위해서는 한 주에 최소 일천불을 저축해야 했다. 이 금액을 저축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생활비를 제외하고 최소 일천 오백 불을 벌어야 된다. 이 금액은 보통 공장 또는 농장에서 주급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실제로도 많은 워홀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공장 또는 농장을 간다. 하지만 농장은 수확시기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고, 수확시기를 따라서 이동하기 위해서 차를 구매해야 된다. 농장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공장 또한 쉬프트를 많이 주는 공장을 가야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도시에서 투 잡을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까페 우노


 다윈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도시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과 호텔에 이력서를 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카페 우노에서 연락이 왔다. 여기 시급은 19불로 현금으로 돈을 줬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윈에서 절대 일하지 말아야 할 3 곳 중 하나였다. 사장의 변덕이 심해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레스토랑. 세계 어디든 계약직의 슬픔은 똑같다. 호주 첫 잡으로, 카페 우노에 오후 파트 키친 핸드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잡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돌리던 중, H 호텔 리셉션니스트 분에게 정보를 얻었다. 운이 좋게도 그분은 한국사람이었다. 하우스키퍼 매니저가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나온다는 중요한 팁을 얻고,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가서 하우스키퍼 매니저를 기다렸다. 하우스키퍼 매니저는 나의 의지에 감동했고, 다음 주부터 일을 할 수 있으니 검은색 바지와 검은색 신발을 준비하라고 했다. 두 번째 잡을 구했다고 생각했다.


일본 초밥 집, 고스시


 이때까지는 정말 행복했다. 오전에 호텔에서 하우스키퍼, 오후에 레스토랑에서 키친 핸드로 일하며 동시에 시급이 평균 20불이므로 잘 풀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다윈 시내의 도서관으로 걸어가던 중, 이력서 한 장이 남아있었다. 마침 눈에 띄는 식당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일본 초밥집인 고스시이다.


 남은 이력서 한 장을 돌리러, 고스시로 들어갔다. 물론 이전에도 이력서 돌리면서 고스시를 갔다. 웨이트리스에게 이력서를 줬지만, 키친 핸드를 안 구한다는 소리만 듣고 나왔다. 이번에는 웨이트리스가 아닌, 할머니가 보이길래 헤드 셰프를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다. 할머니께서 헤드 셰프를 바로 소개해 주었다. 알고 보니 그 할머니가 고스시의 사장이었다. 그리고 자신감 있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시작했다.

 

나: 키친 핸드를 구합니다.

헤드: 미안한데 자리가 없다. 현재 우리는 요리 보조를 구하고 있다.

나: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요리 경력이 없다. 하지만 옆에서 가르쳐주면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헤드: 아 그럼 이력서 줘, 다음 주에 연락 줄게 


 이렇게 고스시 헤드 셰프와 만남을 갖고 직접 이력서를 전달했다. 다음 주에 트라이얼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지금 생각해도 호주에서 일자리 구하는 데 있어서, 호텔 매니저 또는 헤드 셰프를 만나 직접 이력서를 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다음 주 월요일에 H 호텔로 출발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호텔 매니저께서 나에게 쉬프트를 하루에 1 ~2 시간 정도만 줄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내가 들어오면 지금 비수기라서 기존에 일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많은 쉬프트 못줄 것 같다고 한다. 이 말은 나가라는 말이었다. 이렇게 H 호텔은 날아갔다.


Junk mail을 돌리고 있는 로윈

 하늘은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다윈에 오자마자 등록한 잡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다. 오전 파트로 딜리버리 잡이 있는데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당연히 할 수 있었다. 딜리버리는 한국의 신문배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신문만 배달하지 않고, Junk mail (공휴일 및 특가 세일을 하는 회사들의 제품을 광고하는 광고지)과 신문을 같이 배달한다. 


 오전에는 에이전시에서 준 딜리버리, 오후에 4일은 고스시 그리고 남은 3일은 카페 우노에 가서 키친 핸드를 하며 일을 했다. 고스시는 평일 24불, 토요일 30불을 준다. 딜리버리는 시급 20불, 카페 우노는 캐시 19불을 준다. 이렇게 택스 포함해서 주 1200 ~1400불을 벌었다. 이대로 6개월 동안 일을 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윈 시내에 있는 덕츠너츠 레스통랑, 현재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순탄하지가 않았다. 피부가 약했던 나는 딜리버리를 하면서 피부가 상당히 탔다. 직업 자체상 햇빛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것이어서, 5~6 시간 정도 햇빛을 받으며 일하니 선크림을 발라도 잠잘 때 목이 따가로울 정도로 목이 탔었다. 일은 일대로 하고 잠은 잠대로 못 자니, 피곤이 계속 쌓이게 되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잡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같은 셰어 하우스에 살던 테디 형께서 마침 워킹을 끝내고 귀국을 하는 시점이었다. 내가 그 잡을 물려받게 되었다. 이게 바로 인맥의 중요성. 그렇게 물려받은 곳이 덕츠너츠 키친 핸드. 자신 있게 말하지만, 여긴 레스토랑 수준이 아니라 공장 정도의 페이를 준다. 아쉽게도 현재는 문을 닫았다.


 덕츠너츠의 시급은 23.16불에 오버페이 37불! 키친 핸드를 2명만 쓰기 때문에 나는 한 주에 약 40 ~ 42 시간 정도 일했다. 오버타임은 한 주에 약 2~3시간 정도 받았다. 단순히 오전에 일하는 것만으로도, 덕츠너츠에서만 택스 포함 주 일천불을 벌었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게 순리다. 세상은 기태다. Give&Take.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카페 우노에서 잘렸다. 그 당시 영어를 능숙하게 못했기에, 사장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잘렸다. 하지만 다행 이인 것이 카페 우노는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덕츠너츠와 고스시를 위주로 미리 쉬프트를 많이 받아뒀다. 그래서 카페 우노는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두 번 정도만 가서 일을 했다. 


 덕츠너츠와 고스시에서만 일을 하던 4개월 차, 고스시를 그만뒀다. 대만 출신 매니저와 쉬프트 때문에 평소에 있던 작은 마찰이 쌓여가다, 4개월 되던 차에 한 번에 폭발했다. 그만두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4개월간 일만 하며,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너무 지쳐 있었다. 일주일 중 평균 약 72시간을 설거지만 했으니, 너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개인 시간이 없는 삶은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남은 2개월 동안 덕츠너츠에서 일하며 6개월 간의 워킹을 마무리했다. 


 나는 한 주에 평균 1200불, 많게는 1600불 정도씩 4개월 동안 벌었다. 내 방값은 주 120불이었고, 식비 및 기타 부대비용 포함해서 한 주에 약 20 ~ 25불을 썼다. 오전과 오후 전부 식당에서 일을 했기에, 점심과 저녁이 다 해결되었다. 그 외 남은 돈은 다 저축만 했다. 그래서 2개월 동안 덕츠너츠에서만 일할 때, 주 700 ~ 800불만 저축을 해도 4개월 동안 오버 세이브한 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호주 다윈을 가보면 알 수 있다. 돈 쓸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을.


다윈을 떠나기 전 통장 잔고, 현금 2만 5천불 달성


 6 개월 간 일하면서 통장에서 쌓인 현금 2만 5천 불. 현금 5백 불은 다음 날 인도네시아 발리를 가기 위해서 미리 빼놓아서, 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딜리버리 최종 페이 써미리


고스시 최종 페이써머리


덕츠너츠 최종 페이써머리

  6개월 간 일하면서 세금 신고된 금액만 총 32,480불이다. 이 금액에는 캐시로 받은 금액은 미포함이다. 이 중 현금 25,000불과 택스 약 6천 불( 딜리버리 149 / 고스시 2016 / 덕츠너츠 3940)과 연금 2천 정도를 포함해서, 6개월 간의 3만 불 모으기를 달성했다. 세계일주 경비를 다 모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날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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