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_인도네시아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끝내고, 첫 여행지는 인도네시아 발리였다. 신혼여행지로 많이 가는 발리였기에, 혼자서 가는 나는 기분이 참 애매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는 상상을 하면서 발리 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역시 공항에 내렸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나의 레이더 망에는 한 분의 여성 분이 눈에 띄었다. 그분의 이름은 바로 Summer 였다.
나의 여행 스타일은 가서 볼 것들만 간단히 체크해 놓고, 현지에 가서 다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발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숙소를 전혀 예약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밤늦게 도착한 발리 공항에서 노숙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발리 공항의 습함과 더위는 호주 다윈과 비슷하여, 불쾌지수가 살짝 상승했다. 동시에 첫 여행을 여성과 같이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자기 합리화를 통해, 첫날 노숙을 하겠다는 계획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다행히도 Summer양은 숙소까지 다 예약하고 오셨다. 그렇게 Summer 양과 함께, 예약한 호텔로 갔다. 밤늦게 체크인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리셉션에서 보기로 하며 서로 꿈나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Summer양과 호텔에서 주는 조식을 같이 먹으며 그 날의 플랜을 기획했다. Summer양이 오전에 볼 일이 있어서, 오전은 각자 볼 일을 보고 오후에 같이 울루와트 사원을 가기로 했다. 나는 오전에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발리 시내를 한 바퀴를 돌아다녔다. 서퍼들의 바다로 유명한 꾸타 비치를 거닐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프리카에 가서 레게 머리를 하는 것이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레게 머리는 기모보다는 자연모로 따는 게 더 오래간다고 알고 있었다. 호주에서부터 6개월 간 계속 기르고 있었으며, 꾸준히 기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진에 찍힌 나의 얼굴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나의 얼굴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는 법은 거울이 아닌 사진을 통해서 보는 것이다. 사진에 찍힌 나의 머리는 정말 지저분했다. 그래서 자연모를 일부 남기면서, 옆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일명 꽁지머리에 도전했다. 그렇게 머리를 자르고 나서 ‘곤니찌와’의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Summer 양과 다시 만나서 울루와뜨 사원을 갈 준비를 했다. Summer 양에게 깔끔해졌다고 칭찬을 들었다. 오래간만에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역시 머리카락을 자르길 잘했다. 울루와트 사원에 가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같이 늦은 점심을 먹으며 발리 시내를 돌아다녔다. 시간이 돼서 우리는 같이 울루와트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다 석양을 보러 뷰 포인트로 이동했다. 울루와트 석양은 아름답기로 발리에서 유명하다.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아름답다는 표현을 하고 각자 생각에 잠겼다. 같은 풍경을 보면서 서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 순간을 같이 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석양이 지고, 울루와투 사원의 최고의 볼거리인 케착 댄스를 보러 갔다. 케착 댄스(Kecak Dance)는 악기 없이 공연자들의 목소리로 케착 케착 소리를 내며, 공연을 한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자세히 보다가, 끝내는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공연장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다행히도 한글말로 된 설명서가 있어서, 그 설명서를 보면 공연의 내용이 이해가 된다. 나는 그 설명서를 나중에 읽었다. 이것으로 울루와트 사원 투어를 마치고, Summer 양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을 먹으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지금 그 내용이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확실한 것은 Summer양과의 신혼부부 체험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덕분에 신혼부부들이 발리에 오면 같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첫 여행지의 시작을 나 홀로가 아닌, 같이 해준 Summer 양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