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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Nov 21. 2018

#5 린자니 산에서 웨딩 이벤트를 꿈꾸다

인도네시아

 

린자니 산에서 바라보는 발리와 길리 아일랜드

 

 인도네시아에서 린자니 산 트레킹을 했다. 린자니 산 트레킹을 위해, 인도네시아 롬복 셍기기로 배를 타고 이동했다. 린자니 산은 현재 휴화산으로, 4박 5일간 트레킹 코스가 보편적이다. 생전에 트레킹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나로서, 트레킹은 첫 도전이었다. 


트레킹 코스를 슬리퍼로 다니시는 포터

 

 4박을 산에서 보내므로, 잠을 잘 텐트와 먹을 음식의 양이 상당하다. 다행히도 여행을 신청한 관광객은 트레킹에 필요한 개인적인 짐만 들면 된다. 텐트와 음식 준비는 포터(짐꾼)분들이 전부 해주신다. 포터분들이 드는 짐을 한 번 들어봤는데, 무게가 상당하다. 정상적인 등산장비 갖추지 않고 트레킹을 하시는 포터분들의 노고에, 정말 감탄할 뿐이다.


린자니 산 트레킹을 같이했던 지니와 일행들 / 1박을 할 곳에 나란히 준비 된 텐트들


 트레킹을 신청한 친구들과 한 팀이 되어서 같이 올라가므로, 외국 친구를 사귀기에는 아주 좋은 기회다. 린자니 산의 좋은 경치를 보며 걷고, 외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식사 시간이 되면 식사가 주어진다. 호수가 보이면, 땀을 식히러 같이 수영을 한다. 온천이 보이면 온천에 몸을 담그며 피로도 푼다. 그렇게 걷다가 그 날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포터분들이 준비해 준 텐트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3일간의 트레킹을 하고, 마지막 날 자정에 린자니 산 정상으로 향한다. 



  린자니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화산재로 뒤 덮여있다. 올라가는 과정이 ‘원스텝 투 백’으로 불린다. 한 발 앞으로 가면, 두 발이 뒤로 밀린다. 그만큼 올라가기가 힘듦을 표현했으며, 실제로도 정말 올라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가이드는 올라가는 길을 절대 강요를 안 한다. 


린자니 산 정상등반을 기념하며


  나도 힘들게 린자니 산 정상에 도착했다. 자정에 출발하여, 일출이 시작하기 직전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한 사람들과 함께 린자니 산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동그랗고 빨간색의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아직도 눈가에 선하다. 생애 태어나서 산에서 맞이하는, 첫 일출이었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주변이 환해졌다. 


 내 근처에 있던 외국인 남자가 갑자기 무릎을 꿇는다. 품에서 반지를 꺼내며 그 남자와 같이 올라온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커플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박수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들렸다. 남자의 프러포즈를 받는 여성에게, 주변의 모든 관광객들은 생면부지의 이 커플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린자니 산 정상에서 이들을 향한 축하의 박수소리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아름다운 린자니 산 정상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결혼 축하를 받는 기분을 정말 어떤 것일까? 


 내 두 눈으로 이 감동적인 장면을 보니, 자연스레 나의 버킷리스트에 린자니 산이 추가가 되었다. 한국 사람들이 새해에 일출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빌 듯이, 나는 린자니 산을 배우자와 꼭 다시 오는 것을 다짐했다. 좀 더 욕심을 내면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배우자 모르게 가져와, 정상에서 깜짝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 물론 정상을 올라오는 길에 몸은 땀벅벅이 되고, 정상에서 웨딩드레스로 다시 갈아입는 것은 현실상 힘들다. 그래도 배우자에게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어떻게 해서라도 꼭 해주고 싶다. 나에게 린자니 산은 힘들지만, 정상을 배우자와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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