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_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총 2번을 방문했다. 호주로 위킹 홀리데이를 가기 전, 처음으로 방문해서 1주일 간 여행을 했다. 그 당시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루룸프와 말라카를 여행했다. 말라카는 200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도시 전체가 등재된 도시이다. 그래서 말라카에 도착했을 때, 말라카 시내 전체를 볼 수 있는 회전 전망대인 기로 타워(Gyro Tower)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타워로 올라가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남자 직원 한 분이 나에게 오더니, 말라카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기로 타워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정신에 놀라며 감사해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는 타워로 올라갔다. 타워에 올라가서 말라카 전경을 둘러봤다. 말라카의 도시는 빨강 지붕으로 뒤덮인 도시로서, 아기자기하게 이쁜 모습을 갖고 있었다. 말라카의 전경을 눈에 담고 내려오는데,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 남자 직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 직원의 이름은 닉이다. 외국 사람과 친구를 하고 싶다고 하며, 나와 더 대화하기를 원했다. 나도 말레이시아 친구가 생기고, 좋을 것 같아서 닉과 대화하며 SNS 계정을 공유하며 친구가 되었다. 대화 도중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하니, 닉도 같이 따라가겠다고 한다. 이 포인트에서 살짝 당황했지만, 남자도 같이 화장실을 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같이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러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이어 나가는 데, 닉이 계속 내 몸을 터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화 도중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터치를 가장한 스킨십이었다. 나는 태어나서 남자끼리 이런 스킨십을 한 적이 없기에, 닉이 게이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닉에게 물었다. 닉의 대답은 자기가 게이가 맞다고 한다. 당시 그의 나이 19살이다.
닉의 대답을 들었을 때, 충격보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태어나서 게이를 처음 만나보았다. 닉은 자기의 성 정체성을 중학교 때, 처음 알았다고 한다. 현재 만나는 남자 친구는 없고, 전에는 2번의 남자 친구를 사귀어 봤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터치가 나를 설마 남자로 느끼나 싶어, 그에게 최대한 예의 있게 거절의 의사를 미리 못 박아 두었다. 닉의 커밍아웃을 듣고, 우리는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그 날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그 사이 SNS 메시지가 10개 이상이 와 있었다. 모두 닉에게 온 것이다. 나를 보고 싶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숙소 주소를 가르쳐주면, 직접 찾아오겠다고 한다. 친구로서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만, 보고 싶다는 의미에서 만나자는 것이므로 메시지를 읽고 차마 답장을 못했다.
그리고 난 반성했다. 내가 어떤 매력 발산을 그에게 했는지를. 연인과의 이별에서도 차인 사람보다 찬 사람이 더 죄책감을 느낀다. 그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씹으며, SNS에서도 그를 차단한 나 또한 그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므로, 끊을 때는 확실히 끊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게이 성향을 가진 친구를 만나봤다. 그 사람의 성품과 인성은 훌륭했으나, 서로의 취향이 맞지 않아 더 이상 연락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를 떠올리면, 여러 곳의 좋은 관광지가 있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게이 닉과의 만남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