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_캄보디아
자전거를 반납하러 가니, 직원이 영수증을 확인한다고 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래서 말했다.
내가 오늘 아침에 소매치기를 당해서, 영수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잃어버렸어.
그래서 영수증이 없다.
갑자기 직원들이 웃으며, 어디로 전화를 한다. 나보고 통화를 하라며, 전화기를 넘겨준다. 통화상에서 들려오는 내용은 내가 소매치기를 당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나의 가방을 찾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라는 의문과 함께 가방을 찾은 장소로 바로 이동을 했다. 장소는 호주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옷 가게였다. 가게에 가보니, 잃어버린 나의 가방이 정말로 있었다. 부부가 가방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CCTV를 보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범인들은 내 가방을 훔치고 달아나면서, 옷 가게 앞으로 이동했다. 옷 가게 앞에서 가방 속에 있는 물건들만 훔치고, 가방은 버리고 도망갔다. 아침에 출근하신 옷 가게 사장님이 가게 앞에 버려진 가방을 발견했다. 전 날에 없었던 가방이 가게 앞에 있고, 현지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다소 비싼 가방이라고 생각해서 사장님께서는 가게에 있는 CCTV를 확인해 보셨다. CCTV 속에는 범인들의 범죄행위가 녹화되어 있어서, 이 가방이 소매치기를 당한 가방이라고 확신하셨다.
다행히도 내 가방에는 자전거 렌탈 업체의 영수증이 들어있었다. 사장님께서 자전거 렌탈 업체로 연락을 주셔서, 자신의 번호를 남겼고 내가 통화 후 가방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이패드 미니, 카메라, 핸드폰은 모두 분실되었다. 다행 중 다행이라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갑은 살아있었다. 지갑에 앙코르와트 표가 남아있었는데, 범인들도 앙코르는 보고 가라는 배려였을까.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CCTV다. 일반적으로 캄보디아 가게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흔치 않다. 호주 부부는 호주에서 은퇴를 하고, 캄보디아에서 작은 옷 가게를 하시면서 노후를 보내시는 중이었다. 종업원에게 일을 맡기다 보니, 보안상 가게에 CCTV를 설치하셨다고 한다. 씨엠립의 수많은 가게 중에서 범인들은 하필이면, CCTV가 설치된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고 달아났다. 나는 재수가 좋지만 소매치기범은 재수가 없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CCTV 증거자료를 입수했으니, 이제 경찰서로 도둑을 신고하러 갔다. 나는 도둑들을 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