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_캄보디아
CCTV에는 소매치기범들의 얼굴과 범죄행위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증거물로써 CCTV 영상 원본을 호주 부부에게서 건네받았다. 증거물을 접수했으니, 이제 신고하러 경찰서로 향했다. 하지만 시내 경찰서는 너무 작고 영어가 안되어, 앙코르 유적 티켓 오피스 옆에 있는 관광 경찰서로 향했다.
관광 경찰서에서 사건 접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컴퓨터에서는 USB에 넣어간 CCTV 영상을 재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 황당한 것은 그들의 적반하장 태도였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왜 처음부터 경찰에 알리지 않았는지 나를 추궁했다. 더불어 나는 현재 가방을 찾았는데, 무엇을 더 원해서 경찰에게 찾아왔는지를 물어보았다. 오히려 내가 분실신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네가 범죄행위를 기획한 것은 아닌지를 물어보았다. 정말 많이 황당했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침착했다. 다시 처음부터 상황을 구구절절 얘기하고, 결국 정상적으로 신고 접수를 했다. CCTV 영상 증거물은 다음 날 다시 가서, 정식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물건을 단 시간 내에 찾기는 불가능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3일이 지난 시기여서, 그들이 전자 기기들을 팔았을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경찰관이 CCTV의 범인 얼굴을 보더니, 캄보디아 국민이기보다는 태국 또는 베트남 사람 일 수 있다고 했다. 많이 황당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중요한 것은 관광 경찰관이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물건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나는 다음 날 프놈펜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분실신고서 발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광 경찰관은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끝까지 분실 신고서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이메일을 남겨주면, 물건을 찾았을 경우 이메일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캄보디아 관광 경찰서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
캄보디아 관광 경찰서와 이야기를 마치고, 허탈하게 배고픈 배를 붙잡고 국수집에 들어갔다. 캄보디아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인 줄 알고 국수집에 들어갔는데, 한국분이 서빙을 하고 계셨다. 선생님은 캄보디아에는 5년 동안 거주하셔서, 그 누구보다 캄보디아 말을 유창하게 하셨다.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현재 나의 상황을 얘기하게 되었다.
프놈펜으로 떠나기 마지막 날, 선생님의 도움으로 분실신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관광 경찰서가 아닌, 바로 캄보디아 한인회로 가셨다. 선생님께서 유창한 캄보디아 말로 상황설명을 해주셨기에, 캄보디아 한인회에 있는 이민국 경찰에게서 바로 분실 신고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나는 감사의 의미로 식사 한 끼를 대접했다.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캄보디아의 씨엠립, 누군가에게는 앙코르 와트로 기억될 도시지만, 적어도 나는 세계일주의 신고식을 올린 소매치기를 당한 도시로 기억하고 있다. 앙코르와트를 보러 갈 시, 일출을 보러 가는 새벽길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