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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Nov 26. 2018

#8 세계여행의 신고식_소매치기

이대로 귀국해야 하나?

 캄보디아의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를 보러, 설렘을 갖고 씨엠립에 도착했다. 하지만 씨엠립에서는 설렘보다 흥분과 초조함으로, 예상했던 기간보다 많이 머물렀다. 바로 소매치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니며 총 5번의 소매치기를 당했는데, 그 중 첫 번째 소매치기였다. 장기간의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가들 중 많은 이들이 한 번씩 소매치기를 당한다. 나는 그 신고식을 여행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아주 화끈하게 올렸다. 


앙코르와트 유적을 둘러보며, 웅장함에 놀라다

 

앙코르 와트는 너무 큰 유적이어서, 3일의 기간을 두고 둘러본다. 그래서 앙코르 와트를 구경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동수단에 따라서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여행사를 통해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투어차량을 타고 투어를 한다. 많은 이들이 이 방법을 사용한다. 다른 하나는 툭툭(현지 택시)를 타고 개인적으로 유적지를 이동하며, 투어를 한다. 마지막은 자전거 투어다. 자전거를 타고 개인적으로 앙코르와트 유적을 이동하며 둘러보는 방법이다. 씨엠립에서 앙코르 와트는 4KM 정도 거리가 있어서, 보통 투어사의 차량 또는 툭툭(현지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이 중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자전거 투어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 날, 자전거 렌탈 업체에서 자전거를 빌려 투어를 시작했다. 내가 빌린 자전거는 자전거 앞에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였다. 자전거 투어는 4KM의 거리와 모든 유적지를 자전거로 이동한다.


 앙코르 와트의 투어 둘째 날에, 사건은 발생했다. 앙코르 와트의 멋진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새벽 4시 30분에 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와서, 앙코르 와트로 출발했다. 멋진 일출을 기대하며, 부픈 마음을 갖고 출발했다.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새벽 공기를 맞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었다. 큰길로 갔어야 했으나, 일출 보기에 늦었다는 생각에 시간을 좀 더 단축하고자 지름길인 조그만 길목으로 들어섰다. 주변이 어두웠기에 긴장을 하며 페달을 밟는 중, 뒤에서 2명의 오토바이 탄 현지인들이 나에게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느낌이 쎄 했다. 


 오토바이가 내 자전거 옆에 붙더니, 갑자기 “Excuse Me?”라고 말을 건넨다. 그 순간 나는 대답을 하려고 귀에서 이어폰을 빼는 동시에, 내 자전거 바구니 앞에 둔 가방을 낚아채갔다.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 눈 앞에서 내 가방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깨달았다. 바로 그 유명한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앙코르와트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길. 자전거에는 앞 바구니가 달려 있다


 이렇게 여행 시작 한지 한 달도 안 되어서, 모든 중요장비를 잃어버렸다. 내가 빌린 자전거 앞에는 바구니가 있었고, 첫날에 바구니에 가방을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나는 앞 바구니에 가방을 놓고 있었던 상태였다. 가방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가이드 없이 유적을 보러 가므로, 전날 앙코르 유적을 공부하여 정리한 내용을 아이패드 미니에 저장해서 휴대했다. 카메라는 사진 찍기 위해, 선글라스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핸드폰은 밤에 돌아올 때 손전등을 켜기 위해, 더불어 전날 뽑은 미화 250달러까지 모두 가방에 들어있었다.


 평상시 나는 내가 소매치기를 당하면, 어차피 잃어버린 것 쿨하게 잊어버리자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순간적으로 나의 허벅지에 있는 모든 실 줄이 터질 만큼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I give you one thousand dollars. Please come back!!”


 캄보디아 사람들의 평균 월급이 70 ~ 80달러임을 감안할 때, 일천 달라는 연봉보다 많은 돈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소매치기라면 멈추겠는가? 그렇다. 그들은 멈추지 않았고, 3분도 안되어 나를 따돌렸다. 나는 이렇게 순식간에 소매치기를 당했다. 2시간을 그들을 찾으러 씨엠립 곳곳을 혼자 돌아다녔다. 하지만 못 찾았고,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내 배에서 들리는, 꼬르륵. 당시 시간이 오전 7시 정도라서 숙소에 돌아와 조식을 먹었다. 그 와중에도 밥은 들어갔다.


 일단 현재 묵고 있는 로컬 게스트하우스에서 근처의 한인 게스트하우스로 옮겼다. 한인 사장님께 사정을 말하고, 돈은 나중에 드릴 테니 하루 정도 머물 수 있냐고 양해를 구했다. 사장님께서 흔쾌히 수락을 해주시고, 4인실 에어컨 도미토리 방을 내주셨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시티카드와 하나카드가 있었기에 호주 은행에 있는 돈을 옮기면 되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호주 은행 커먼웰스의 SMS 인증코드에 막혀, 무산되었다. 


 오후에 소매치기를 당해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는지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경찰에게 부탁해도 찾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범인 얼굴도 희미하고, 오토바이 번호도 아예 못 봐서 찾을 방법이 없었다. 잃어버린 물건들에 대해서 포기했다. 포기하니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순간적으로 이번 소매치기가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라는 하늘의 뜻인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렇기에는 내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소모품이어서 다시 구입하면 되는 것들이었다. 제일 중요한 여권은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전거 렌탈 업체에서 자전거를 빌릴 때, 보증금으로 미화 20달러를 받는다. 나는 그때 수중에 미화 20달러가 없어서, 여권을 보증금 대용으로 보관했다. 신의 한 수였다. 이렇게 여권을 사수했으니, 여행은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갖고, 기분전환을 위해 게스트하우스 사모님과 현지 시장을 구경 갔다. 맛난 사탕수수도 얻어먹으며, 시장 구경을 하고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하고, 여권을 받으러 갔다. 그리고 이때부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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