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win Dec 08. 2018

#13 스페인 토마토 축제_라 토마티나의 진짜 시작은?

진정한 축제의 시작은 축제가 끝나고 나서부터이다

 유럽을 여행할 때, 스페인만 총 3번 입국을 했다. 두 번째 입국한 이유는 바로 라 토마티나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라 토마티나 축제는 토마토 축제로 한국에 알려져 있으며,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부뇰에서 열린다. 토마토 축제는 동행이 아닌, 나 홀로 참석했다. 동행은 가서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갔으나, 혼자 가서 혼자 놀았다. 하지만 이게 신의 한 수였다. 


라 토마티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토마토 축제는 마을 중앙의 푸에블로 광장에서 열린다. 광장 주변으로 사람들은 하나둘씩 모여든다. 축제가 시작하기 전의 볼거리 중 하나는 코스프레를 하고 온 사람들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도라에몽을 비롯해서 많은 캐릭터들을 코스프레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는 일본인이었다. 5명이 색깔별로 파워 레인저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사진 찍기를 원했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낯설지만, 신선한 목격이었다.  


해맑게 웃는 내 모습 뒤로 장대가 들어서고 있다

 오전 11시 전에, 푸에블로 광장에는 햄을 단 장대가 들어온다. 장대에 기름이 발라져 있어서 올라가기가 매우 미끄럽다. 누군가 저 햄을 떨어뜨리면, 그때부터 토마토 축제가 시작된다. 하지만 내가 간 축제에서는 그 누구도 햄을 떨어뜨리지 못했다. 장대가 너무 미끄럽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되면, 토마토를 실은 트럭이 들어오면서 사람들에게 토마토가 공급된다. 이때부터 진정한 토마토 축제가 1시간 동안 시작된다.


토마토로 샤워를 했다

 처음에 바닥이 토마토로 가득 찰진 전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차 1~2대가 지나가니 바닥이 토마토로 강을 이루었다. 1시간 동안 우리는 남녀를 불구하고 서로에게 미친 듯이 토마토를 던진다. 이 순간에는 아군도 없고, 적군도 없다. 그냥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매너는 필요하다. 꼭 으깬 토마토를 던져야 한다. 생토마토를 던지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이것은 맞아본 사람만이 안다. 정말 아프다. 다시 말하지만, 꼭 으깬 토마토를 던져야 한다. 1 시간의 토마토 던지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몸은 토마토로 샤워를 했다. 이 상태로는 교통시설을 이용할 수 없기에, 마을 근처에서 샤워를 해야 한다. 행사 부스에 샤워시설이 있는데, 유료에다가 줄도 너무 길다. 마을 주변을 거닐다 보면, 주민들이 물 호스를 사용해서 샤워를 도와준다. 개인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샤워가 더 빨랐다.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모든 축제가 끝난 줄 알았다. 부뇰 역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어디선가 EDM의 비트가 들려왔다. 애프터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토마토 축제가 끝나고 열리는, 애프터 파티

 혼자 와서 동행이 없기에, 양해를 구할 필요 없이 바로 축제의 장으로 들어갔다. 토마토 축제가 남녀노소의 축제였다면, 애프터 파티는 핫한 남녀의 파티다. 모두 즐기러 온 것이라서 정신줄 놓고 즐기면 된다. 말로만 정신줄을 놓는 것이 아닌, 몸으로 정신줄을 놓고 논다. 그것을 한 줄 평으로 적어보자면, 서양의 개방적인 문화와 처음으로 레즈비언을 눈으로 보았다. 이것을 목격하고, 나는 어디서 정신줄 놓고 논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끝으로 토마토 축제를 즐기러 간다면, 다음 3가지를 꼭 기억하면 좋겠다. 물안경은 꼭 쓰고, 토마토는 으깨서 던지고, 이왕이면 수영복을 입고 가라. 그리고 토마토 던지는 것이 끝나고 열리는 애프터 파티는 참석해 보길 권한다. 정말 정신 줄 놓고,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다. 라 토마티나 축제의 시작은 축제가 끝나고 나서 시작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12 산페르민 축제_엔시에로에서 달려야 살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