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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Dec 10. 2018

#14 샤모니의 추위를 프랑스인의 온정으로 녹이다

유럽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

 

눈으로 뒤덮인 겨울의 몽블랑은 스키를 타기에 참으로 좋다

 

 프랑스는 파리의 에펠 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프랑스를 조금 더 살펴보면, 프랑스는 삼면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이다. 남쪽으로는 푸른빛의 지중해, 동쪽에는 대서양, 남동쪽으로는 알프스가 위치해 있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프랑스 남동부를 여행하며, 프랑스의 샤모니 몽블랑을 방문했다. 몽블랑은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으로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위스의 접경 지역에 걸쳐 있다. 프랑스에 위치한 샤모니 몽블랑은 소도시 샤모니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샤모니 몽블랑은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 중 하나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여름이면 아름다운 몽블랑을 보기 위해서, 겨울이면 스키를 타기 위해서 샤모니 몽블랑을 찾는다. 


 샤모니 몽블랑의 트레킹 코스는 매우 다양하다. 개인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서 투어를 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몽블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에귀 뒤 미디 전망대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몽블랑을 구경 후, 하산한다. 나는 당일치기 트레킹 코스를 선택했다. 샤모니 몽블랑 출발지인 라 플레제르에서 락 블랑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트레킹 코스다. 오늘 내로 다시 리옹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리옹으로 돌아가는 교통수단을 미리 예약해서, 그것을 놓치면 샤모니 몽블랑에서 노숙을 해야 했다. 


샤모니 몽블랑, 락 블랑의 한 장면


 트레킹을 하면서 알프스의 경치에 놀라고, 눈 앞에 펼쳐지는 새하얀 눈에 감탄을 자아내며 걸어갔다. 락 블랑에 도착하여 산장 근처에서 락 블랑을 감상하며,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하산을 했다. 하산을 하는 중, 아름다운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동영상을 찍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탕으로 춤을 추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 춤을 동영상으로 일일이 기록했다. 샤모니 몽블랑을 배경으로 한 장면을 넣고 싶었는데,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그 장소에서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가 나올 때까지 동영상을 계속 찍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지체되었고, 라 플레제로에 도착하니 해는 저물었다. 당연히 리옹으로 돌아갈 나의 교통수단은 이미 떠났다.


나를 받아준 7번째 호텔의 사장님과 함께


 샤모니 몽블랑은 게스트하우스가 없었다. 전부 다 호텔이었다. 백패커였던 나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잘 만큼의 경비가 충분하지 않았다. 밖에서 노숙을 하기에는 알프스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너무 시렸다. 이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호텔 문을 두드리는 두 손과 하룻밤을 재워 달라는 뻔뻔한 용기. 라 플레제르에 있는 호텔 문을 하나씩 두들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간 호텔에서 현재 나의 사정을 연민이 느껴지도록 이야기하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결과는 거절이었다. 예상했지만, 막상 거절을 당하니 자연스레 다른 호텔로 눈을 돌렸다. 시간은 많았고, 호텔도 많았으며, 밖은 정말 정말 추웠다. 그리고 마침내 7번째 들어간 호텔에서 나를 받아줬다. 구걸도 하면 는다는 것을 알았다. 


호텔 지하의 직원 휴게소. 그 날 가장 따뜻한 밤을 보냈다


 호텔 사장님은 처음에 내 이야기를 듣고, 미안하다고 했다. 호텔 운영 원칙상, 새 방을 무료로 제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만 괜찮다면, 직원들이 쉬는 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나의 입장이 찬 밥 뜨거운 밥을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호텔 사장님은 지하의 직원 휴게소를 안내해주었고, 직원 휴게소밖에 내어줄 수 없어서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짐을 정리하고 라운지로 올라오라고 했다. 


라운지에서 맥주 한 잔을 한 후, 호텔에 머물던 사람들의 온정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ㄷ


 라운지로 올라오니, 직원들과 손님들이 간단히 맥주를 먹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어떤 맥주를 원하는지 물어보며, 맥주 한 잔을 건네주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동양의 낯선 백패커에게 따뜻한 관심을 줬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부터 시작해서 오늘 왜 못 돌아갔는지, 우리는 시시콜콜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프랑스 사람들의 낯선 백패커를 배려하는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잠자리로 돌아오니, 소파에는 따뜻한 담요가 포근히 놓여 있었다. 그 날, 샤모니 몽블랑의 추위를 프랑스인의 온정으로 녹여냈다. 내가 받은, 첫 번째 길바닥 티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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