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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Dec 12. 2018

#15 크리스틴, 낯선 땅에서 나를 기다려준 친구

유럽_프랑스

 

크리스틴 집에서 보이는 창 밖 풍경


 프랑스 리옹에 가는 이유는 프랑스 휴양지 까시스 깔랑크를 가는 이유도 있었지만, 인도네시아 린자니 트레킹 때 만난 프랑스 친구 크리스틴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크리스틴이라 쓰고, 천사라고 부르는 친구였다. 리옹과 리옹 근교를 여행할 때, 크리스틴 집에서 2박 3일을 보내며 숙식을 해결했다. 크리스틴 집이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집에서 보이는 창 밖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프랑스 여행 시, 그들의 문화 중 하나인 파티에 초대받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첫날은 도착해서 네이버후드 파티에 초대받아, 프랑스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와인은 종류별로 많이 마셔본 것 같아서 나에게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크리스틴 집은 정원이 있는 주택이 아닌, 아파트였다. 프랑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웃주민들의 친목도모를 위해서 주기적으로 파티를 연다고 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문화였다.   


손 강의 보트 위에서


 둘 째날 샤모니 몽블랑 갔다가, 다음날 돌아왔다. 샤모니 몽블랑을 다녀와서 살짝 피곤했다. 하지만 다음날 바로 파리로 떠나는 일정이기에, 오늘이 크리스틴과 마지막 날이었다. 이대로 보낼 수 없기에 우리는 크리스틴 집 앞에 위치한 손강(Saone)으로 보트를 타러 갔다. 크리스틴의 캠핑카를 타고 손강으로 이동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크리스틴은 부자가 맞다. 


웨이크 보드를 타며 우리와 같이 담소를 나눈 분, 참고로 이 분은 유럽 챔피언이 아니다


 손강에 도착해서 크리스틴이 만들어준 점심을 먹고, 웨이크 보드 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젊은 남성 분이 공중 묘기를 부리면서 웨이크 보드를 타기에 크리스틴에게 물어보니, 웨이크 보드 유럽 챔피언이었다. 어쩐지 수준이 달랐다. 웨이크 보드 한 번 타는데 50유로라서, 나는 구경만 하고, 보트를 타며 손강을 달리는 것으로 만족을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크리스틴도 웨이크 보드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실력자였다. 우리는 보트를 타다가 때로는 와인을 마셨다. 가끔은 졸기도 하면서, 웃으며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정말 한가로이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녁에 집에 돌아왔다. 크리스틴이 나를 위해 만들어준 밥이 들어간 프랑스식 저녁을 먹으며, 우리는 와인 한 잔을 더 했다. 


크리스틴이 만들어준 저녁식사 

 크리스틴은 여행을 다니며 만난 외국 친구들 중에서, 지금도 연락을 하는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한국에 오면 연락을 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한국에 방문한 적이 없다. 외국인과 친구가 되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여행을 다니며 사귄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이 참 낯설지만, 기분 좋았다. 처음 방문하는 낯선 나라에 내가 만나러 갈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었다. 


 여행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낯선 땅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나 홀로 버스를 타고 숙소를 찾아간다. 출국 게이트를 나올 때, 나를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크게 감사한 사실이다. 나를 반겨주는 사람은 가족, 연인 아니면 친구다. 하지만 처음 방문하는 나라에 인연이 있을 리 없다. 그렇게 8개월을 돌아다닌 시점에서, 외로움이 찾아왔나 보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크리스틴을 일부러 찾아간 이유는 누군가를 보고 싶은 감정을 오랜만에 느낀 것도 있지만, 리옹에서 그녀가 나를 반겨준다는 따뜻함 때문이다. 크리스틴이 한국에 온다면 그녀를 가이드해주고, 집에 초대해서 한국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처음 방문하는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그렇게 받았으니, 그렇게 돌려주고 싶다. 처음 방문하는 낯선 땅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따뜻한 일은,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참 낯설지만 참 기분 좋은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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