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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Dec 17. 2018

#16 아이슬란드, 써커스 워크캠프에 참여하다

유럽_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불과 얼음의 나라로 유명한 나라다. 가난한 백패커가 배낭여행을 하기에, 아이슬란드 교통편과 물가는 너무 비싸다. 그래서 아이슬란드 여행을 어떻게 할까 알아보던 중, 워크캠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워크캠프는 자신이 원하는 나라에서 원하는 주제로 원하는 기간 동안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과 함께 봉사활동과 문화를 교류하며, 같이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워크캠프는 기간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었다. 내 일정과 맞는 프로그램은 SEEDS라는 NGO에서 주최하는 Art분야의 SIKURS 프로젝트였다. 참가신청서를 보냈고, 얼마 후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나는 워크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 아이슬란드로 넘어갔다. 


부뇰, 설지, 안나 그리고 나 _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며...

 워크캠프가 열리는 장소는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아큐레이리였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자동차로 6시간 걸리는 도시다. 가는 길에 보이는 아이슬란드의 드넓은 자연은 인상적이었다. 6시간을 달려, 아큐레이리에 위치한 워크캠프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우리 팀의 리더인 안나를 만났다. 팀원은 나를 포함해, 총 4명으로 구성되었다. 독일에서 온 안나, 러시아에서 온 이마, 스페인에서 온 설지였다. 하지만 한 명의 멤버가 더 있었으니, 이스라엘에서 온 부뇰이다. 부뇰은 그 당시 아이슬란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배가 고팠던 부뇰은 식사를 제공받고 서커스 일을 하루 도와주기로 했는데, 지내다 보니 우리와 캠프 기간 동안 끝까지 지내게 된 케이스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부뇰이 우리 캠프에 오래 있었던 사실은 안나를 짝사랑했기 때문이다. 


워크캠프 베이스 캠프에 도착해서 눈 앞에 펼쳐진 장면, 서커스 천막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서커스이므로, 워크캠프 참가자들의 역할은 서커스 공연 무대 설치 및 보조 운영이었다. 워크캠프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마자,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서커스 천막이었다. 먼저 도착해서 한 일은 서커스 공연장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뼈대와 천막은 미리 설치되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워크캠프 참가자들과 서커스 인원들이 모두 모여, 점심을 같이 먹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으로 바비큐를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고기는 정말로 너무 행복했다. 점심을 먹고, 서커스 공연장 설치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워크캠프 참가자들이 머물 숙소로 향할 차례다. 

서커스장 뒤편에 위치한 잔디밭, 설지와 안나가 텐트를 치고 있다

 유럽에서 돈을 아낀다고 매일 야간열차 아니면 기차역과 공항에서 숙소를 해결했던 나는 따뜻한 방을 기대하며,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동하 곳은 숙소가 아닌, 서커스장 뒤편의 풀밭이었다. 리더인 안나가 갑자기 풀밭 위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에 따라 숙소가 달라진다고 했는데, 우리는 텐트였다. 허탈한 웃음과 함께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덕분에 워크캠프가 끝날 무렵에 나는 캠핑 마스터가 되었다.  

워크캠프 기간에 시간을 내어 여행을 다닐 수 있다_ 피크닉을 즐기는 우리들

워크캠프(Work Camp)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워크(Work)라고 생각했다. 서커스 공연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워크인 서커스가 생계수단이다. 그분들의 일터에 와서 우리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방해가 아닌 도움을 드려야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워크캠프는 일을 하러 온 건지, 먹으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구분이 잘 안 갔던 워크캠프였다. 워크가 일로 느껴지지 않았고, 다 같이 즐기는 행사로 느껴졌다.


서커스 공연장 내부를 치우면서 사진 한 장 & 관객들에게 팔 팝콘을 만들고 있는 나

우리의 일은 단순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 차를 갖고 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주차 유도를 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매점에서 팝콘과 솜사탕을 만들어 판매를 했다. 팝콘을 만들면서 당연히 우리도 먹었다. 공연이 끝나면, 좌석을 청소하고 뒷정리를 했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의 전부였다. 일을 다 하고 할 것이 없으면, 서커스 단원들을 도와서 요리를 만들었다. 매번 식사에는 고기가 들어가서, 나는 항상 도왔다. 치즈가 올라간 미트, 각종 야채와 소스를 조합해 나만의 햄버거를 만들어 먹었다. 메뉴는 매번 다를 정도로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가끔 후식으로 브라우니가 나왔는데, 다크 초콜릿의 향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한 번씩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갔다. 추운 겨울에 왜 아이스크림을 먹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은 하나의 음식이었다. 맛이 있으니까, 사 먹는 디저트의 하나였다. 


다운타운에서 즐기는 맥주 한 잔

 저녁 공연을 마치면, 그때부터는 완전히 자유시간이다. 우리는 항상 다운타운으로 향해서 돌아다녔고, 맥주를 마시고 돌아왔다. 여행을 다니며 맨날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 고민을 한다. 누군가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지만, 이것을 맨날 하다 보면 하나의 걱정거리로 자리 잡는다. 워크캠프를 하는 2주 동안, 적어도 나에게 의식주의 걱정은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다양한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워크캠프를 추천한다. 내가 다시 세계로 나간다면, 다시 한번 신청해서 하고 싶을 정도로 워크캠프는 재밌고 보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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