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_아이슬란드
워크캠프 주제가 서커스이므로, 워크캠프 기간 동안 서커스를 자주 보았다. 서커스 공연은 Child Show, Family Show, Adult Show로서, 관객에 따라서 3종류로 분류한다. Child Show는 정말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연으로 관객이 주로 어린아이 들이다. 공연은 코미디로 구성된다. Family Show는 Child Show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더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으로, 3가지 공연 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 수를 자랑한다. Adult Show는 성인 서커스다. 기존 2개의 쇼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나는 Adult Show를 보고, 성(性)에 대한 문화 충격을 받았다.
성인 서커스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서커스 공연을 남성과 여성이 속옷만 입고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공연도 속옷만 입고 진행한다. 이것은 성인 서커스의 마지막 공연을 못 보았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마지막 공연은 ‘초상화 그리기’이다. 초상화 그리기에는 사회자, 남성 곡예사와 여성 곡예사 두 명이 나온다. 사회자는 세상에 하나뿐인 초상화를 받기 원하는 사람을 모집한다. 관객들은 손을 들어 지원하고, 사회자가 마음에 드는 남성 관객 한 명을 뽑는다. 남성 관객은 무대 위로 올라와서, 남성 곡예사와 여성 곡예사를 바라보며 의자에 앉는다. 남성 곡예사와 여성 곡예사는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남성 관객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남성 곡예사는 먼저 무대 바닥 위에 스케치북을 올려놓는다. 무대 위에서 일어선 상태로 관객을 등지고, 바지를 벗는다. 자신의 성기를 어느 정도 발기시킨 뒤, 성기에 물감을 바른다. 바닥 위에 놓인 스케치북에 엎드려, 성기를 사용해 남자의 초상화를 그린다. 여성 곡예사는 나무 이젤 위에 스케치북을 올려놓는다. 브래지어를 벗고, 드러난 가슴의 유두에 물감을 바른다. 유두를 사용해 남자의 초상화를 그린다. 10분 동안 그들은 초상화를 그리고, 관객들은 숨죽이며 그 장면을 지켜본다. 초상화가 완성되고 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서커스 내부는 환호의 분위기 된다. 사회자는 두 그림을 대상으로 경매를 붙인다. 자신의 초상화가 아닌 이상, 초상화를 사려는 관객은 별로 없다. 하지만 사회자의 능숙한 몰아가기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초상화의 주인이 초상화를 사 가게 된다. 이것이 성인 서커스의 하이라이트인 ‘초상화 그리기’다.
초상화 그리기를 보고 나는 성(性)에 대한 문화충격을 받았다. 나에게 일천만 원을 주고 초상화 그리기를 하라고 한다면,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나는 못한다. 서양사람들이 성(性)에 대해 동양사람보다 개방적이라고 해도, 초상화 그리기는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서커스다. 용기를 떠나서, 어떻게 성기를 사용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림을 그리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남성 곡예사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초상화 그리기를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의외로 대답은 간단했다. 그에게 ‘초상화 그리기’는 하나의 행위 예술이었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는 신체부위를 사용한 것이다. 그걸로 끝이었다. 남성 곡예사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볼 수 없으니, 어떤 그림이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초상화를 관객에게 공개하는 순간, 남성 곡예사도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스스로 웃는다. 그 순간 남성 곡예사도 웃고, 관객도 웃는다. 웃음으로 곡예사와 관객은 하나가 되고, 소통한다. 그 웃음이 곡예사가 ‘초상화 그리기’를 하는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그가 관객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웃음’이었다.
처음으로 서커스가 무엇인지, 희극인은 누구인지 생각해 봤다. 공연을 해서 곡예사분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무엇인지 많은 의문이 들었다. 서커스 단원들이 서커스를 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공연하는 단원도 있었고, 순순히 서커스가 정말 좋아서 공연하는 단원도 있었다. 반대로 부모님이 서커스 단원이어서, 부모님을 따라서 서커스를 하는 단원도 있었다. 서커스를 하는 이유는 단원들마다 다양했다. 그중 제일 인상 깊었던 대답은 다니엘의 대답이었다. 다니엘은 서커스를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했다. 관객이 서커스 공연에서 전달받은 에너지로, 관객 스스로도 곡예사들처럼 다른 사람을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 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무대에 선다는 것은 어떠한 행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분명히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 없이 단순히 웃음만을 파는 사람이 된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 그것이 바로 말 그대로 '광대'이기 때문이다. 강연을 하는 사람은 말로써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은 춤, 미술, 음악 등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상가 들은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메시지를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방법으로 전달하냐이다. 이런 점에서 초상화 그리기는 ‘웃음’을 전달하려는 예술행위로 이해를 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중에서 신체를 사용했고, 그 신체가 다소 낯뜨거웠을 뿐이다. 예술행위가 전달하려는 전체적인 메시지를 보지 못하고, 곡예사의 신체부위만을 보고 단순히 성(性)과 관련된 행위로만 인식한 나의 협소한 안목이 다소 부끄러웠다.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를 수식하는 키워드는 오로라를 포함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에게 아이슬란드의 키워드는 성인 서커스 초상화 그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