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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Feb 10. 2019

#21 동화와 같은 할슈타트, 오버트라운에서의 캠핑

유럽_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호수의 전경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기대한 여행지는 동화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할슈타트 호수다. 새벽부터 큰 문제가 발생했다. 전 날 저녁도 어김없이 텐트에서 잠을 청했다. 그동안 너무 피곤해서 깊은 잠에 빠진 건지, 아니면 긴장이 풀렸는지 텐트에서 일어나니 새벽 6시였다. 내 두 눈을 의심했지만, 시계는 새벽 6시가 맞았다. 미리 예약해서 발권까지 끝낸,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기차의 출발 시각도 새벽 6시였다. 재빨리 준비하고 역으로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상태였다.


 다시 OBB(오스트리아 국철)에 가서 다음 표를 알아보니, 가격은 50유로 정도였다. 이것은 하루 15불~ 20불 정도 쓰는 나에게 정말 큰 가격이었다. 그래서 다른 경로를 찾아보니, 웨스트반 기차를 알게 되었다. 티켓은 기차 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프리 티켓으로 가격은 많이 저렴했다. 기차에 탑승해, 웨스트반 티켓을 구매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행복이 찾아왔다. 


 전날, 푹 잠을 자서 기차 내에서 블로그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검표원이 와서, 나는 검표원에게 50유로를 주고 표를 구매했다. 당연히 거스름돈을 받았는데, 블로그에 집중하느라 잔돈을 제대로 확인 못하고 바로 주머니에 넣었다. 역에 내려서 돈을 확인했다. 50유로 지폐 한 장을 검표원에게 지불했는데, 50유로 지폐 한 장이 또 있었다. 이상하다는 느낌과 동시에 살짝 기분이 좋았다. 자세히 보니, 검표원이 5유로와 20유로 사이에 내가 지불한 50유로를 껴서 주는 실수를 했다. 그분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했던 일이었다. 양심의 문제도 있었지만, 생존의 기쁨이 더 컸다. 경사는 겹경사로 온다. 잘츠부르크 역에 짐을 맡기러 갔는데, 락커가 고장이었다. 그래서 하루를 무료로 보관해준다는 경사가 또 발생했다. 바로 짐을 맡기고, 바트이슐로 향했다.

잘츠카머구트 지방에 대한 지도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호수를 가는 방법은 복잡하다. 잘츠카머구트 지방(Salzkammergut)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잘츠부르크라는 도시에서 동쪽에 있는 곳을 잘츠카머구트 지방이라고 말한다. 잘츠카머구트 지방을 여행한다고 하면, 장크트 길겐과 장크트 볼프강, 할슈타트 호수가 대표적인 관광지로 유명하다. 할슈타트 호수로 가기 위해서는 잘츠카머구트 지방에서 가장 큰 마을인 바트이슐을 경유해야 한다. 바트이슐에 도착하면, 다시 버스를 타고 할슈타트 호수로 향한다. 

동화와 같은 할슈타트 마을의 뷰 포인트

 도착한 할슈타트 마을의 첫인상은 동화와 같다. 새벽부터 힘들게 찾아온 보람이 있을 정도로, 매우 아름답다. 할슈타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 산 아래에 위치한 동화와 같은 마을, 그리고 산에 살며시 얹혀있는 구름들. 천혜의 자연들이 할슈타트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할슈타트 마을을 둘러보고, 맞은편에 위치한 오버트라운으로 향했다. 할슈타트 마을을 바라보며, 텐트를 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오버트라운에서 텐트를 치고,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오버트라운에 텐트를 치고, 텐트 문을 열었다. 할슈타트의 고요한 호수와 서서히 불이 들어오는 할슈타트 마을이 보인다. 잔잔한 물결 위에 비치는 구름들이 걷히며, 오리들이 그 위를 거닐었다. 오늘 하루를 보상해줄 음식들로 배를 채우며, 서서히 포만감에 취했다. 호숫가에서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다,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즈넉한 할슈타트 호수를 바라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빗물에 젖은 캠핑용품을, 해가 쨍쨍한 다음 날 말리고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평화롭던 내 잠자리에는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빗물이다. 내 텐트는 방수가 안 되는 텐트여서, 비가 오면 내부가 그대로 물로 찬다. 결국 텐트 안에 수증기처럼 맺히던 이슬들이 물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침낭과 옷은 다 젖어서, 새벽 4시에 결국 텐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장면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수면 위를 배영 하던 두 마리의 백색의 오리들

 적막한 고요함과 칠흑 같던 어둠 속에서 수면 위를 배영 하던 두 마리 백색의 오리들. 오리를 감싸고 있는 자욱한 물안개. 안개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할슈타트 마을의 불빛들. 어느 여행자의 말에 의하면, 호숫가의 마을은 비가 내리고 난 후 약간의 물안개가 낀 상태의 스산한 분위기가 정말 운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 장면을 목격하니, 말문이 막히고 넋을 놓아 바라보게 된다. 카메라가 아닌, 눈과 가슴에만 담기는 그런 장면이었다. 텐트가 선물한 또 하나의 장면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유럽 여행 중, 어디가 제일 좋은지 묻는 질문에 나는 주저 없이 할슈타트를 뽑는다. 유럽 여행에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를 빼고, 유럽 여행을 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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