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글쓰기

by 파르헤시아

글을 짓는 체(體)가 셋이 있다. 첫째는 간결함(簡), 둘째는 진실함(眞), 셋째는 바름(正)이다. 하늘을 말할 때 하늘이라고만 말하고, 땅을 말할 때 땅이라고만 말하는 이것을 '간결하다'(簡) 한다. 하늘을 나는 짐승이 물에 사는 짐승이 될 수 없고, 검은 것이 흰 것이 될 수 없는 이것을 '진실하다'(眞) 한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이것을 '바르다'(正) 한다. 그러나 마음의 미묘함은 글로써 드러난다. 글이라는 것은 자기 뜻을 드러내어 알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결하게 말하는 것(簡言)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여러 말을 더하고 보충하여 막힘이나 거리낌 없이 자기 뜻을 드러내어 펼친다. 진실되게 말하는 것(眞言)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사물을 빌려 비유한다. 바르게 말을 하는 것(正言)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뜻을 뒤집어서 깨닫게 한다. 말을 더하여 보충함에 있어 천하고 속된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빌려다 비유함에 있어 기이한 것이라 할지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뒤집어 깨닫게 함에 있어 비록 과격하고 심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병통(허물)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활용하지 못하면, 글의 쓰임(用)이 통하지 않아 글의 본체(體)가 확립될 수 없다. 다시말해 비록 속된 말일지라도 펼침이 적합하면 쓸데없고 무의미한 허튼소리(鄙褻)로 흐르지 않는다. 기이한 말일지라도 비유가 합당하면 애매모호하여 거짓된 속임수의 착각(誕詭)에 빠지지 않는다. 과격하고 심한 말일지라도 깨우침이 분명하면 한갓 고집스러운 억지 부림(拗戾)에 떨어지지 않는다.


-김매순(金邁淳 1776-1840, '三韓義烈女傳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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