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바탕

by 파르헤시아

향기 나는 것을 불에 태우면 그 향기 또한 아름답고 향기롭다. 누린내를 풍기는 것을 태우면 그 향기 또한 고약하고 추하다. 짚을 불에 태우면 불꽃은 금세 일어나지만, 그 불기운은 오래가지 못한다. 뽕나무를 태우면 불꽃은 서서히 일어나지만, 그 기운은 크고 오래간다. 향내 나는 것과 누린내 나는 것, 짚과 뽕나무에서 모두 불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그 이치(理)가 같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추하고, 보잘것 없이 미약하고 성대한 것은 각자가 가진 바탕의 기운(氣)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보건대 비록 서로 다를지라도 이치(理)는 통할 수 있는 반면, 우러나오는 기운(氣)은 그것의 바탕에만 국한된다는 것을 헤아릴 수 있다.


-최유지(崔攸之 1603~1673, '爐火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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