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분별

by 파르헤시아

흰 것을 희다고 하는 것은 참이다. 흰 것을 검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 그 참과 거짓은 어린아이도 즉시 알 수 있다. 그러나 눈먼(盲) 사람은 알 수 없다. 쇠북(鐘)을 종(鐘)이라고 하는 것은 참이다. 종(鐘)을 쇠방울(磬 경쇠)이라 하는 것은 거짓이다. 그 참과 거짓은 어리석은 사람도 곧바로 분별 한다. 하지만 귀먹은(聾) 사람은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가린 바가 있어 현혹된 까닭이다. 작게 가려지면 작게 현혹되고 크게 가려지면 크게 현혹된다. 작게 가려진다는 것은 검은 것과 흰 것 또는 종(鐘)과 쇠방울()의 유(類)이며, 크게 가려진다는 것은 천하 국가의 기틀이다. 어진 이를 간사하다고 하고 간사한 사람을 어질다고 하는 것이 거짓이다. 이는 흰 것을 검다 하고 종(鐘)을 쇠방울(磬)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신흠(申欽 1566년∼1628, '핵위 覈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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