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글과 인격

by 파르헤시아

문장이란 사람의 말 가운데에서도 정련(精鍊, 정성들여 고르고 다듬고 잘 훈련함)되어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이라는 것은 모두가 꼭 마음 속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온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 그 말이 그가 일을 행한 실상을 모두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와 양자운(揚子雲 양웅), 그리고 당(唐)나라의 유종원(柳宗元)이나 송(宋)나라의 왕안석(王安石) 같은 무리들이 그들의 말을 문장으로 펼쳐 놓은 것을 보면 뭐라고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일을 행한 실제 삶의 실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가 참견하며 입을 놀리지 않을 수 없는 점이 있다고 하겠다. 이것을 비유하자면, 백정의 집에서 부처에게 절을 하고 창녀의 집에서 예절을 배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겉에서 얼핏 보면 그럴듯하게 보일지 몰라도 막상 안으로 들어가서 보면 백정이요 창녀임이 분명하니, 어떻게 그 본색을 숨길 수 있겠는가.


-이색(李穡, 1328~1396), '動安居士李公文集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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