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배움

by 파르헤시아

공자(孔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없어지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게 된다.’고 말씀하였다. 주자(朱子)는 이 말씀을, ‘마음을 구하지 않기 때문에 어두워서 깨달음이 없고, 그 일을 익히지 아니하기 때문에 위태롭고 불안하다.’고 해석하였다. 진정한 배움이란, 대개 반드시 그 일을 익힌 연후에야 비로소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활쏘기를 배웠지만, 손으로 직접 활과 살을 잡아 보지는 못했다고 치자. 또 농사일을 배웠지만, 몸소 농경을 해 보지는 못했다고 치자.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활쏘기를 배웠는데 왼손을 뻗치고 오른손을 굽히는 것을 안다', '나는 농사일을 배웠는데 봄에 밭을 갈아 씨뿌리고 가을에 그 열매를 거두는 것을 안다’ 고 말한다면, 식견이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시서(詩書)의 글을 대강 외우고, 성명(性命)의 학설을 훔쳐 말하고는 성인의 도를 배웠다고 하는 것이,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홍석주(洪奭周 1774∼1842), '학강산필(鶴岡散筆)'-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과 인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