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후견지명

by 파르헤시아

1806년 예나와 아우에르슈타트에 벌어진 프로이센과 나폴레옹 군의 전투는 프로이센의 참패로 끝났다. 프로이센의 쁘플은 이 전투의 작전 입안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쁘플은 참패로 끝난 전투의 결과가 자신의 이론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모든 실패의 유일한 원인은 그의 이론에서 벗어난 것에 있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기뻐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이미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쁘플은 이론을 사랑한 나머지, 실제에 적용하는 이론의 목적을 잊어버리는 타입의 전술 이론가였다. 그는 이론을 사랑한 까닭에 모든 이론의 실용을 싫어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오히려 실패의 결과를 기뻐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실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론을 위배함으로써 생긴 실패는, 그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 톨스토이('전쟁과 평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부해야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