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공부해야할 이유

by 파르헤시아

가장 문제되는 사람은 ‘조금 아는 사람’이다. 조금 알고 있으면서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할 뿐 아니라 심지어 그것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사람들이다. 무지한 사람은 가르치면 된다. 그러나 조그만 지식을 확대포장하고 진실인 듯이 내세우는 사람에게는 처방할 약이 없다. 왜냐하면 그 주장에는 신성하리 만치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아는 모든 것을 아는 전능한 신의 권능과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기에 선과 악을 칼날같이 단죄하고 독단을 진실이라고 우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분석심리학에서는 '자기원형에 의한 자아의 팽창(Inflation)'이라고 한다....누구나 이러한 청소년기 팽창에 빠질 수 있다. 인류의 지성사는 항상 그러한 청소년기 지성의 오만과 어리석음과 실수를 거쳐 발전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오만이요 어리석음이요 실수라는 것을 자각하지 않고선 발전이 없다. 그리고 이런 자각은 오직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선물인 것이다. 우리가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다는 것은 무엇이며 공부란 무엇인가? 죽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어떤 사상을 삶의 체험을 통해 깨우치는 과정이 공부이고 그 목표가 살아 있는 지식, 즉 앎이다. 그것은 지식의 확대나 양적 축적이 아니고 경험의 뼈저린 반성을 수반하는 작업이다.


-이부영(칼럼 '우리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