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진정성

by 파르헤시아

지금 그대가 진정 잘못과 허물을 뉘우치고, 그 허물을 정녕 바르게 고치려고 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을 스스로 깨끗하고 스스로 결백함의 증표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홀로 고고한 척, 고상한 척하지 말라는 말이다. 행여 말로라도 그대의 과실과 허물을 부끄러워한다고 내뱉지도 마라. 선한 얼굴빛을 하며 결연히 의롭고 선한 방향으로 돌이켜 나아가는 모양새도, 내색 조차도 해서는 안된다. 군자의 도(道)는 누가 보거나 말거나 듣든 말든 무언가에 치우치거나 연연해하지 않고 남모르게 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품은 선하고 의로운 뜻을 비록 남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애당초 기대하지 않아도, 참된 군자의 도는 나날이 그 빛남이 절로 우러나오는 법이다. 그런즉 사람과 세상을 의식하여 말과 안색과 시늉으로 하는 것은 귀하게 여길만한 가치도 이유 또한 전혀 없다. 만일 이처럼 하지 않는다면, 장차 그대의 허물이 환하게 드러날 때 세상 사람들은 입술에 침을 바르고 이빨을 갈면서 칼날을 들이밀듯 사방에서 그대를 비난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대를 빠져나갈 길이 없는 함정으로 밀어 넣으면서 말하기를, “저 사람이 옛날에는 이런 말을 하고 저런 일을 하면서 허물을 거듭 저지르더니, 지금은 또 저렇게 허물을 고친다고 하는구나. 이것이 바로 허위요 가식이며 기만행위가 아니겠는가.”라고 비난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다면, 그대의 허물을 진실로 뉘우치고 애써 고치려는 시도도 하기 전에, 그대를 판단하고 비난하는 자들로 주변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 이런즉 그대는 허물을 고치기 전에 우선하여 그대의 말과 행실부터 살피고 삼가야 할 것이다.


-이건창(李建昌, 1852~1898), '허물을 고치는 일에 대하여(過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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