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겪은 일이나 그 일에서 바로 얻은 느낌이나 생각, 또는 그런 삶의 느낌과 생각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논리나 절실한 주장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고, 다만 머리로 만들어 낸 생각을 제멋대로 요란스럽게 또는 기발한 말로 꾸며 보일 때 이것을 말장난이라고 한다. 이 말장난은 아주 유식하게 보이고, 이른바 '문학적'인 글같이 보이지만 읽는 이에게 아무런 감동도 줄 수 없는 헛된 글이요, 속임수의 글이다. ...부끄러움은 사람다운 감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고약한 세상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한다. 남보다 옷이 초라해서 부끄럽고, 남보다 키가 작아서 부끄럽고, 남보다 집이 작아서 부끄럽고, 지위가 낮아서 부끄럽다. 이러한 겉모습과 물질을 견주는 데서 오는 모든 부끄러움은 인간이 본래 타고난 자연스런 심상이 아니고, 잘못된 사회 환경과 잘못된 교육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점점 몸에 붙이게 되는 것이다. 병든 사회가 강요하는 이러한 부끄러움을 풀어주는 것이 참 교육이요, 글쓰기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방법이 된다...눈부신 황금으로 빛나는 글의 보물 창고는 먼 어느 나라의 화려한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 걸린 무지개 너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걱정과 한숨과 웃음과 눈물과 고뇌로 얼룩진 우리들 나날의 삶, 나 자신의 삶 속에 있는 것이다.
-이오덕(1925~2003, 「'이오덕의 글쓰기',양철북,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