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배워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선생님이, 또는 감정이 발달하는 결정적인 시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들만의 특수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스트레스에 우리를 노출시킨다면, 우리는 ‘나는 학습이 불가능하다거나, 나는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뚤어진 믿음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로, 심각한 읽기 능력 문제를 가지고 있는 빈민가의 아이들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가 있다. 그 아이들은 정말로 지능적인 문제가 있어서 읽지 못하는 것일까? 전혀 아니었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의 읽기 공부에 대한 저항을 한자를 가르침으로써 우회적으로 해결했다. 몇 시간 이내에 그들은 영어로 되어 있다면 읽을 수 없었을 더 복잡하고 상징적인 문장, 즉 한문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그동안 “너희들은 영어를 읽을 능력이 없다”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힌 교육을 너무나도 잘 받아 온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사전에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심한 시련이 닥칠 때에 주요 우울증이 촉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것으로 부모가 사망했거나, 이혼했거나,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가 장차 우울증이 될 위험이 높다는 일련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기 시작했을 때에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을 체험하는 것만큼 무서운 교훈이 어디 있겠는가?
- 로버트 새폴스키, 『STRESS 스트레스』(이재담, 이지윤 역, 사이언스북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