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어린 시절

by 파르헤시아

어린 시절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속성에 대한 평가를 결정하는 시기이다. 예를 들면, 물체를 놓으면 위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로 떨어진다는 사실이나 물체가 무엇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이다. 또는 관념적으로 “엄마가 잠깐 없어지더라도 다시 돌아온다. 왜냐하면 엄마는 항상 돌아오니까”라고 생각하는 시기이다. 때때로 이 평가는 우리가 세계를 보는 관점을 영원히 결정한다.(...)예를 들어 어렸을 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남은 일생 동안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가 증가한다. 이는 미처 성숙하지 않은 어린 시절에 인생의 속성에 관한 깊은 정서적 교훈, 즉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배운 결과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태아 때로부터 시작하는 성장기에 우리의 신체 역시 세상의 속성에 관해 학습하고, 평생 외부 세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성장 과정에 특정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몇 가지 ‘결정’들이 평생 동안 일부 질병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인간은 살아가면서 변화하지만, 태아와 어린 시절에 많은 것을 각인하고 결정한 채 태어난다. 태아는 그저 엄마 자궁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엄마를 통해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가늠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한다.


- 로버트 새폴스키, 『STRESS 스트레스』(이재담, 이지윤 역, 사이언스북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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