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오해의 발판

by 파르헤시아

하나의 현상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걸 보아도 저마다 자기 나름의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나름의 이해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하니까 우리는 하나의 색명에 불과한 존재. 그런데 세상에는 예의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누가 나를 추켜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 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에. 오해란 이해 이전의 상태 아닌가.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실상은 언외(言外)에 있는 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 하건 흔들리지 않는 법.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지혜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일 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기랄, 그건 말짱 오해라니까.


-법정(1932~2010), '오해', 수필집 '무소유(19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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