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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May 16. 2020

문장의 윤리

문장에서 윤리를 거론할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타인에 대한 이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도덕적인 문장이란 도덕을 옹호하는 글을 뜻하지 않는다.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적었다고 해서 도덕적인 문장인 건 아니다. 문장의 경우 도덕성이란 우리가 글로 옮기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관찰과 이해를 뜻한다. 그러한 바탕 없이 관습적인 문장을 남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장의 윤리를 저버리는 셈이다. ...문장의 윤리가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다. 그러나 문장의 윤리는 곧 인간의 윤리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저 숱한 도덕의 목록들도 아무 소용이 없다. 타인에 대한 이해 없이 도덕이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손홍규(산문집 『다정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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