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문일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헤시아 May 07. 2020

자동인형

현대사회의 고독(소외)의 문제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정상인들이, 사회생활에서 해결책으로 취하고 있는 독특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개인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종의 문화적인 양식에 의해 부여되는 사회적 성격(personality)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들이 전적으로 동일한 상태가 된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서 기대하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제 '나'와 '외부 세상'과의 심리적 갈등은 없어진다. 그와 동시에 고독에 뒤따르는 소외감과 무력감을 두려워하는 무의식적인 불안감도 사라진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특정 동물에게 나타나는 보호색과 비교될 수 있다. 그런 동물들은 주위의 상태와 완전히 흡사해지므로써 자기를 보호한다. 주위의 사물과의 구별이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개인의 주체적 자아를 버림으로써 스스로 자동인형이 된 것이다. (*프로그래밍에 따라, 주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좋아하고, 똑같이 싫어하며,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공감하고, 똑같은 것을 믿고, 똑같은 것에 열광하며, 똑같이 행동하는 자동인형). 주위의 수백만의 다른 자동인형과 동일해진 인간은 이제 고독(소외)이나 불안을 더 이상 느끼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가 지불하는 댓가는 비싸다. 그것은 자기의 상실이다. -에리히 프롬('자유로부터의도피')




매거진의 이전글 시민의 책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