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개과(改過)

by 파르헤시아

예로부터 성현(聖賢)들이 모두 허물 고치는 것을 귀하게 여겼고, 허물을 고친다면 애초에 허물이 없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기도 했으니 이것은 어째서인가? 대개 사람의 마음이란 자신의 허물에 대해 처음에는 부끄러워 하다가 나중에는 화를 내고, 꾸미려 들다가 끝내는 상리(常理)에 어긋나게 된다. 이런 까닭에 허물을 고치는 것이 애초에 허물이 없는 것보다 더 어렵다. 우리는 허물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의 급선무는 오직 '개과'(改過: 잘못을 고침) 두 글자 뿐이다. 세상을 우습게 여기고 남을 깔보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재주와 능력을 뽐내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영예를 탐내고 이익을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남에게 베푼 것을 잊지 못하고 원한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생각이 같은 사람과는 한 패거리가 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공격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잡스런 책 보기를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함부로 남다른 견해만 내놓으려고 애쓰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니, 가지가지 온갖 병통들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여기에 딱 맞는 처방이 하나 있으니 '고칠 개(改)'가 그것이다.


-정약용(丁若鏞 1762~1786),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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