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건대 '군자는 스스로 병이 되는 것이 셋이 있다 '고 한다. 선을 악으로 알거나 악을 선으로 그릇되게 아는 의견의 병(意見之病). 선인 줄 알면서도 선을 따르지 못하고 악인 줄 알면서 악을 버리지 못하는 지기(志氣)의 병(志氣之病). 선을 알면서 선을 따르지 못하고 그 따르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저것은 진실로 선이 아니다.’라고 변명하고, 악이란 것을 알면서도 악을 버리지를 못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이것은 진실로 악이 아니다.’라고 변명하고 고집하여 자기를 합리화하는 심술(心術)의 병(心術之病), 이 세 가지다. 의견의 병은 깨달아 알면 없앨 수 있고, 지기(志氣)의 병은 의지를 갖고 힘써 노력하면 버릴 수 있으나, 심술의 병은 죽어야 끝날 뿐이다. 이 세 가지 병은, 나라를 일으킨 현명한 왕이 과감히 버렸으며, 성스러운 스승(聖師)이 단호하게 끊었던 것이다. 다만 보통 사람들은 너무 익숙하여 제 스스로 알지 못하는 까닭에 그저 고통스러워 할 따름이다. 의견의 병과 지기의 병에 대해서는 내가 어리석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지만 , 저 심술의 병이야말로 내가 어쩔 수 없어 주야로 전전긍긍하며 걱정하는 것이다.
-김매순(金邁淳, 1776~1840), '손님에게 답하다'(應客)/잡저(雜著)/대산집(臺山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