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르는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무지한 사람이다. 혹자는 이르기를, 무지는 '편견'에서 온다고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나는 편견 덩어리다. 그래서 나는 굳이 드러내지는 않지만 실제로 실수도 많고, 오해도 착각도 심지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거짓말도 곧잘 한다. 이러한 사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이 급변해갈수록 더욱 여실히 느낀다. 다만 내게서 드러난 실수나 허물은 가급적 솔직하게 인정하고, 가능한 한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세월이 나를 어쩔 수 없는 '꼰대'로 몰아가더라도 말이다. 최근에 읽은 글 중에서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독서가 필요하다'는 어느 지식큐레이터의 논지에 나는 깊은 공감을 한다. 말했듯이, 나는 내가 편견에 가득 찬 무지하고도 무식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말 '무지하다'를 사전에 찾아보면, "① 아는 것이 없다. ② 미련하고 우악스럽다."라는 뜻이다. 한편 '무식하다'는, "① 배우지 않은 데다 보고 듣지 못하여 아는 것이 없다. ② 행동 따위가 격에 맞거나 세련되지 않고 우악스럽다."라는 뜻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무지'와 '무식'은 비슷한 뜻이지만 약간 차이가 있다. 무식은 아예 배우지 않아서 아는 것이 없는 것이고, 반면에 무지는 배움의 유무에 상관없이 아는 것이 없는 것이다. 즉 배웠지만 잘못 배워서 그릇되게 아는 것 또한 무지에 해당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식과 달리 '무지'는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 혹은 '못 배우고' 등 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바르게 그리고 온전하게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무지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온전한 배움은 한갓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내게 있어서 양질의 독서란, 곧 올바른 배움에의 의지다. 개인적으로 블로그 혹은 브런치에 나만의 다양한 잡글(혼잣말)을 공개 포스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글 읽기의 최근 추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논리적 근거를 갖춘 긴 문체의 글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후좌우의 맥락과 개연성의 근거가 거두절미된 간결하고 짧은 문체만을 선호하는 게 분명하다. 학자들의 실제 연구결과도 그렇다.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의도로 어떤 맥락으로 글을 작성했는지에는 아예 관심밖에 두는 듯하다. 감정 혹은 정서를 자극하여 자기 안에서 꿈틀거리는 충동을 건드리는 단 하나의 단어, 단 하나의 문장, 맥락이 무시되고 거두절미된 짧은 글만으로도 충분하다. 때문에 진실과 거짓 혹은 허구의 여부에 상관없이 해석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언제나 꿈보다 해몽이 좋고, 자신의 해석(혹은 추측)이 사실을 넘어선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남의 글이나 말을 인용하면서, 맥락을 무시하고 거두절미한 일부의 문장 혹은 구절만을 선택하여 자기주장의 근거로 삼거나, 때론 시시비비의 도마 위에 올려 칼질을 하며 논란거리, 분란거리로 삼기도 한다. 문제는 본질과 상관없이 실제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으면서도, 내가 이해하고 안다고 생각하는 데에 있다. 오해와 착각과 편견의 뿌리는 우리의 무지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거짓 혹은 허위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한다는 데에 있다. 이렇듯 요즘처럼 허위정보, 가짜 뉴스가 진실을 압도하고 기승을 부리며 득세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책을 읽지 않거나 긴 문체의 글을 아예 읽지 않는 현시대의 추세에 맞지 않게, 나는 글을 길게 쓰는 편에 속한다. 이는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나에게 이해시키고자 하는 글쓰기 습관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무식하기 때문에 글이 장황하고 길다고 꼰대시하고 지적질 당해도 나는 뭐라 할 말은 없다.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예 외면하거나 혹은 무시하며 읽지도 않는 긴 문체의 잡글을 가끔 포스팅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로, 내가 배워서 아는 것보다는 '배워서 이해하여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논리적 사실적 근거를 충분히 갖춰서 타당한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나름의 바램 때문이다. 둘째로, 나중에라도 내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스스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혹은 후일에 마음을 바꾸어 또 다른 헛소리를 하지 않도록, 맥락과 개연성에서 서로 어긋나지 않는 타당한 근거를 충분히 갖추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무엇보다 내가 장황하게 쓴 잡글의 가장 주된 독자는,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이기 때문이다. 넷째로, 거듭 말하지만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무지함으로 인해서 생긴 오류는 언제든지 고칠 마음의 자세 정도는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내게 있어서 글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는 공히 배움과 직결된다. 나는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뿐만 아니라, 또 실제로 무지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적어도 내게서 읽고 쓰는 행위는 내 나름의 자기반성이자 동시에 자기 성찰이다. 때론 나홀로 나를 돌보고 토닥이며 달래는 치유의 행위이기도 하다. 누가 뭐라해도 나는 나일 뿐이다. 나는 오늘도 타인들의 시선에 연연해 하지 않고 그저 '좋은 글'에 마음이 동하여, 마치 술에 취해 먹은 것을 토해내듯이, 습관처럼 장황하고 긴 잡글을 또 쓴다. (20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