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근본적으로 정직하다면, 모든 논쟁은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할 것이며, 나와 상대방 중 누구의 견해가 진리에 부합되는가 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문제이거나 기껏 해봐야 아주 사소한 문제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 되었다. 머리가 좋고 나쁨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의 타고난 허영심은 우리가 처음 내세운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되고, 상대방이 옳은 것으로 증명되는 것을 허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논쟁과 토론에 임하는 우리들 각자는 오로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먼저 심사숙고한 다음, 나중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타고난 허영심에는 대부분 수다스러움과 솔직하지 못함까지 덧붙여져 있다. 그들은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서 말을 하고, 나중에 자기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 애당초 진실된 주장이라고 자칭하며 제시할 때 유일한 동기가 되었던 '진리에 대한 관심'은 이제 '허영심'에 굴복하고 만다. 이 때문에 진리도 거짓처럼 보일 수 있게 되었고, 거짓도 진리처럼 보일 수 있게 되었다. - 쇼펜하우어(Artur Schopenhauer, '토론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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