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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21. 2020

타협

사기꾼을 보고 사기꾼이라 말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사기꾼이다. 오만한 사람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과 친절한 사람에게 오만하게 행동하는 것이 같듯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은 그런 행동을 묵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석에서 와인을 반 병 정도 마신 많은 저술가와 학자들이 자신의 글과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글은 명백히 가짜다. 그리고 사회문제의 대부분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더라' 라는 주장에서 나온다. 따라서 내가 레바논산 백포도주를 세 잔 마시고 나서 윤리적으로 노력을 요하는 위험한 프래질리스타*를 비난했다면,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똑같이 해야 할 의무가 따른다. 가짜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기관을 비난하는 사람이 아직 없었다면, 그들을 비난하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하지만 억지력을 생각하면 그 대가는 충분히 치를만 하다. 타협은 묵인과 같은 의미다. 내가 인정하는 단 하나의 근대 명언은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가 했던 말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진실함을 가지고 세상과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은 도덕적으로 자유롭다." 이것은 목표일 뿐만 아니라 의무가 되어야 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Antifragile)』(안세민 옮김/와이즈베리 2013), 서문 중에서-


※참조

1. 프래질리스타(fragilista): '프래질'(fragile)은 '깨지기 쉽다'는 뜻이다. 유리잔이 깨지는 상황을 상상하면 된다. 그래서 프래질 특성이 있는 사물은 조심해서 다루어야만 한다. 충격을 받으면 부서짐으로서 원래 상태로 다시 복원하거나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래질리스타는 사회를 프래질 상태에 이르도록 원인제공을 하는 책임있는 당사자들로서, 프래질의 위기 상황을 관리, 확대해석, 방치, 확산, 지지, 옹호 등을 함으로써, 충격 상황에서 모두가 산산히 부서진 상태, 즉 회복불가의 큰 피해를 입는 가운데 오히려 이득을 보거나 모종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안티프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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