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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22. 2020

악성 자기애

"나는 너를 믿었는데 너는 나를 이용했어." 현대인의 상처가 이 지점에서 탄생한다. 나는 '인격자로서의 나'로 네 앞에 섰는데, 넌 '사물을 이용하려는 자'로 내 앞에 섰으니 이 다름이 분노와 상실을 낳는 것이다. "이용당했어!" 이 말안에는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쾌감' 그리고 '타인이 수시로 자신을 판단하고 가치를 매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들어 있다. 이기적인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 한다. 설사 안다고 해도 "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라며 합리화를 한다. 그러니 잘못된 행동을 해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런 경우를 '악성 자기애'라 부른다. 타인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진정한 관심은 두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에 반하거나 자존심에 금이라도 가면 관계를 강제종료시킨다. 말 그대로 관계의 처음, 중간, 마지막이 자기중심이다.  악성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필요한 것을 주는 대상에게만 관심을 둔다. 자기 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왜 상대를 이용했느냐?' 는 질문자체가 우문이다.


-성유미(정신분석전문의),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인플루엔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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