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문일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헤시아 Sep 28. 2020

철학의 의무

철학의 의무는 오해에서 생긴 환영(幻影)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설령 대단히 칭송되고 애호되던 망상이 소실된다 해도 말이다.... 순수 이성은 완전한 통일체여서, 만약에 그것의 원리가 그의 본성으로부터 그 자신에게 부과된 물음들 하나에라도 불충분하다면, 그것은 언제라도 내던져 버려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 그 원리는 여타의 물음들 어느 것에도 충분한 신뢰성을 얻어 확장되지는 못할 터이니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언뜻 자못 우쭐대고 불손해 보이는 나의 주장에 대해 경멸 섞인 불쾌한 표정을 짓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주장은 가령 영혼의 단순한 본성이나 제일의 세계 시초의 필연성 같은 것을 증명했다고 자칭하는, 아주 뻔뻔스러운 기획의 여느 저자들의 주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온건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저자들은 인간 인식을 가능한 경험의 한계 너머까지 확장하는 일을 스스로 떠맡겠다고 나서는 반면에, 나는 겸허하게 이런 일은 전적으로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요, 그 대신에 나는 단지 이성 자신과 그것의 순수 사고만을 다룬다고 고백하니 말이다. -칸트('순수이성비판'/백종현 역)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는 사람의 임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